[사설]‘나도 윤여정이다’, 트렌드 변화 기대한다
[사설]‘나도 윤여정이다’, 트렌드 변화 기대한다
  • 충청매일
  • 승인 2021.04.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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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배우라는 직업으로 55년을 산 원동력은 열등감이라고 했다. 굳이 사생활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이미 국민배우가 된 윤여정이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출발이 어찌됐든 한가지 일을 중단하지 않고 55년을 지속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 최고의 권위 있는 상,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상)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일은 그녀 말마따나 ‘오늘 운이 좋은 것’일 수 있다. 이 수상소감이 특별하고 겸손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녀가 지난 55년간 얼마나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는지, 짐작하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이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자,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두 번째 아시아인이 됐다. 1958년 일본계 미국 배우 우메키 미요시(영화 ‘사요나라’) 이후 63년 만이다. 그만큼 동양인이 뚫지 못했던 관문이었다. 이로써 그는 미국배우조합상(SAG),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비롯해 제36회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까지 전 세계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38관왕에 등극했다.

윤여정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제10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 등 그 해의 국내 영화제 연기상을 휩쓴 바 있다.

주목할 것은 윤여정이 만 74살이라는 점이다. 아카데미상 소식이 전해지자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윤여정 신드롬’이 생길 조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

이미 직장에서 은퇴해 인생 재설계를 앞둔 이들에게 윤여정의 수상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이 마주한 40년대생의 쾌거는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수상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가 되고 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도전과 희망을 주고 있다.

윤여정은 2030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광고에서도 윤여정만의 당당함을 녹여냈다.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인 맥주 광고 역시 오비맥주가 최근 리뉴얼한 ‘올 뉴 카스’ 모델로 윤여정을 발탁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윤여정이 카스 브랜드 가치와 일치하며,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준다고 판단했다. 끊임없는 열정으로 다른 문화, 혹은 다른 연령대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까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55년 연기인생이 가져다준 연륜이자 깊이라고 할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74세의 수상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성과 연출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이미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배우의 수상은 또 다른 국격의 향상이다.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높여줬고, 무엇보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될만한 소식이다.

영화 ‘미나리’는 한 가족의 이민사를 인류 보편의 삶으로 일궈냈고,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저예산 독립영화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감독에 대한 신뢰 하나로 출연한 윤여정의 선택은 탁월했다. ‘나도 윤여정이다’라는 신드롬이 우리 문화 저변에 확산돼 ‘나이듬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변화의 트렌드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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