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얼마 전 끝난 보궐선거 결과는 지난 대선이나 총선과는 반대로 나왔다. 흔히 민심이라 칭하는 국민의 표는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 표심을 가르는 판단기준이 대의보다는 개인적인 이익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특수한 집단이나 개인보다는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고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권력 쟁취가 가장 큰 목표여서 당에 유리한 표심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 뿐이다. 특히, 기존 기득권층은 자신의 권력이나 부 또는 명예를 지키기 위한 오랜 비책이 있어 쉽게 변하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반대로 새로운 권력을 차지한 세력은 권력의 달콤한 맛에 취해 초심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권력도 부도 명예도 없는 소시민, 특히 뜨거운 열정의 시절을 보내고 모진 중년의 세월을 살아내고 있는 다수의 사람은 정치란 그 나물에 그 밥인지라 누가 대통령이 되건, 누가 시장이 되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나이의 민심은 자신을 중심으로 변화한다.

수몰된 고향 저수지는 낚시 금지 구역이다. 저수지가 조성되고 1년 정도는 낚시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로 주민들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애초에 낚시 금지 구역이었으나 단속은 없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은 벌금을 두려워하지 않는 몇몇 강태공이 찾아온다. 고추를 심으로 갔다가 낯선 두 남자의 대화를 들었다. 누군가 신고를 한 모양이다. 일행은 노발대발하며 국민이 레저를 즐길 자유를 박탈했으니 민원을 넣으라는 내용이었다. 법이라고 하는 것이 모두 맞지는 않는다. 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도심 자동차 운행 속도가 50Km로 하향 조정되면서 신호 받는 횟수가 늘었다. 택시 기사들은 요리조리 운전 솜씨를 발휘하지만, 불만이 많다. 속도는 사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속도를 낮춘 정책은 사고를 줄이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모든 개인이 동의하지는 않는다.

평생을 살던 아파트를 떠나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오래전 건축된 6층짜리 아파트라 엘리베이터가 없다. 대부분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이 주로 거주한다. 6층을 오르내리는 일이 별일 아닐 수 있지만, 젊은 나도 오르내리기 수월치 않다. 그러니 이사는 오래전에 갔어야 했다. 문제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다. 2주택을 소유하면 세금이 많이 나오므로 빈집으로 둘 수도 없다. 불편한 법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은 특이성을 갖고 있다. 복잡한 부동산 관련 법이 존재하지만,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시행되지만, 번번이 실패다. 

예를 든 대상이 모두 나라면, 나는 현 정부 정책의 피해자다. 낚시를 즐길 자유를 빼앗겼고 신형 자동차의 속도를 즐길 수 없으며,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 한다. 나의 표는, 나의 민심은 변할 것이다.

종기를 짤 때는 인정사정 보지 말아야 한다. 곪은 상처에 새 살이 돋아야 살 수 있다. 그러나 종기를 다 짜내기도 전에 멈춰버리기 일쑤다. 상처는 더 덧나고 부위도 커졌다. 딱지가 앉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안정이라 말하고 딱지의 이름을 짓느라 국회의사당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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