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관아의 모든 비리와 개인의 약점까지 모두 틀어쥐고 있는 최풍원이 안핵사의 취조를 받는다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일이었다. 조관재 부사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제 더는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최풍원이 관아로 잡혀오는 날이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거기에 최풍원과 저지른 구휼미 착복과 동전을 사주조한 일까지 들통 난다면 귀양이 아니라 목이 열개라도 모자랄 중죄였다.

조관재는 위기감을 넘어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대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안핵사의 손이 닿기 전에 해결을 해야만 했다. 최풍원이 관아에 잡혀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조 부사뿐만 아니라 한양의 탄호대감까지 치명타를 입힐 중차대한 일이었다. 최풍원이 잡혀오기 전에 먼저 손을 써야했다. 조 부사가 탄호대감에게 급한 기별을 띄웠다. 안핵사 연창겸이 내사로 위험에 처한 청풍관아의 상황과 최풍원의 처리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한편으로 조 부사는 북진여각에 여럿의 첩자를 풀어 최풍원의 동태를 감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북진여각 그 어느 곳에서도 최풍원의 흔적을 찾지 못한 첩자가 돌아와 이미 그가 사라졌음을 조 부사에게 전했다.

“귀신같은 놈! 벌써 눈치를 채고 몸을 숨긴 것이 분명하다.”

조 부사는 자신이 한 발 늦었음을 깨달았다.

한시라도 빨리 최풍원을 찾아야 했지만 북진여각에는 없는 것이 분명했다. 최풍원의 행적이 묘연했다. 궁리 끝에 조 부사는 미향이를 잡아오도록 했다. 미향이라면 분명히 최풍원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모르옵니다. 저도 최 행수님을 본 지 달포나 지났사옵니다.”

미향이가 발뺌을 했다.

“그럴 리 없다. 네가 모른다면 누가 최풍원의 행방을 알겠느냐? 시각을 다투는 일이니 어서 실토를 하거라!”

조 부사가 미향이를 윽박질렀다.

“정말로 모르옵니다.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부사의 속내를 알고 있는 터에 어찌 알려드리겠나이까?”

“첩년 주제에 무슨 정조가 있다고…….”

조 부사의 입에서 미향을 경멸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 더러운 년을 품으시며 나으리는 제게 뭐라 그러셨는지요?”

“아니, 이런 년을 보았나!”

미향이의 빈정거림에 조 부사가 할 말을 잃고 얼굴이 벌게졌다.

“그리 붉어지는 것을 보니, 나으리도 부끄러움이 있기는 가 봅니다!”

미향이가 빈정이 상해 작정을 한 듯 조 부사를 놀려먹고 있었다.

“정말 말을 못하겠느냐?”

“나으리 말씀처럼 첩년도 못되는 저 같은 년에게 행방을 알려 주었을 것이라 생각하시옵니까? 차라리 제 혀를 뽑으시오!”

미향이가 혀를 ‘쑤욱’ 빼며 말했다.

조 부사는 미향이에게서 최풍원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는 사이에도 안핵사 연창겸은 시시각각으로 조 부사가 저지른 온갖 비리의 실체를 파고들고 있었다. 안핵사 쪽에서 최풍원을 먼저 잡아들이기 전에 조 부사 쪽에서 한 발 앞서 처리를 해야 후안이 없을 터인데 잡을 방법이 없었다. 조 부사는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

조 부사가 불안에 떨며 좌불안석일 때 한양에서 탄호대감이 보낸 살수와 그 휘하가 청풍으로 내려왔다. 살수 편에 보낸 탄호대감의 서찰에는 최풍원은 자신이 처리할 터이니 조 부사는 일체 관여하지 말고 내려간 살수의 뒤치다꺼리만 할 것을 일렀다.

“최풍원이한테는 애첩이 하나 있소. 아무리 깊숙하게 숨었다 하더라도 그 계집에게는 알려준 것이 분명하네. 그 년을 잡아다 족치면 어떻겠는가?”

조 부사가 살수에게 말했다.

“부사 나리는 국으로 계시슈! 지금 이 상황에서 일을 시끄럽게 만들어 득 될게 뭐가 있겠소이까? 사냥감에도 미끼를 직접 쓸 때와 은밀하게 쓸 때가 있는 법이외다.”

살수가 조 부사의 조언을 일언지하에 묵살했다.

“미향이라는 계집을 잘 감시하시게!”

조 부사가 조바심을 이기지 못하고 살수에게 당부했다.

“그런 분이 어째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단 말이오? 지금 우리 대감께서 얼마나 노해 계시는지 알기나 하시오? 대감께서는 일이 잘못되어 상황이 급박해지면 부사도 함께…….”

살수가 말끝을 맺지는 않았지만 조 부사는 뒷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살수의 살벌한 어투와 눈초리에 조 부사가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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