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207년 삼국시대 말기, 유선(劉禪)은 촉(蜀)나라 유비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때 유비는 형주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어느 날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침공하였다. 유비가 불리하여 서둘러 형주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부인과 아들 유선이 미처 도망치지 못했다. 그때 장군 조자룡이 창을 들고 단신으로 말을 몰아 당양현으로 쳐들어가 유비의 부인과 유선을 구출하여 나왔다. 조자룡이 아기 유선을 유비에게 데려갔다. 그러자 유비가 크게 화를 내며 유선을 풀밭에 집어 던지며 말했다.

“너 때문에 우리 군대의 귀중한 장수를 잃을 뻔했다. 내가 망할 뻔 했다고!”

나중에 유비가 애쓰고 고생하여 촉나라를 세우고 죽자 유선이 2대 왕에 올랐다. 이때는 15살 어린 나이라 제갈공명의 보필을 받았다. 유선은 유비의 유언대로 제갈공명을 아버지처럼 따랐다. 누구보다 현명한 신하인 제갈공명의 말을 따르니 그 행실이 도리를 알고 행하는 현군 같았다. 하지만 5년 후에 제갈공명이 죽자 유선의 행실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치는 여러 중신들에게 맡겨놓고 환관 황호를 총애하여 그가 권하는 대로 점차 환락과 사치에 빠져 지냈다.

263년 위나라 장수 등애(鄧艾)가 공격해오자 촉나라는 위기에 몰렸다. 유선은 신하들의 권유로 항복하고 말았다. 촉은 그렇게 2대에서 허무하게 멸망했다. 이후 유선은 가족과 일부 신하를 데리고 위나라 군사에 이끌려 낙양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위나라의 실력자 사마소가 내린 안락공(安樂公)이라는 벼슬로 여생을 보냈다.

하루는 사마소가 유선의 인물됨을 살피기 위해 술자리에 초대해 물었다.

“그대는 촉의 왕이었는데 어찌하여 슬픈 기색이 하나도 없는가?”

이에 유선이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낙양이 너무 화려하고 그저 매일 즐기느라 기뻐 촉이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러자 사마소가 이어 물었다.

“내가 다시 물어보겠다. 정말로 그대의 옛 나라가 전혀 그립지 않은가?”

이 질문에 유선은 잠시 자신의 집사 장소에게 조언을 구해 대답했다.

“촉이 그립습니다. 부모님의 무덤이 있는 서쪽만 바라봐도 눈물이 흐릅니다.”

사마소가 그 대답에 어이없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런 대답은 그대가 느껴서 말한 것인가 아니면 누가 알려준 것인가?”

유선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고 끙끙대며 대답했다.

“사실은 저의 집사가 알려줘 대답한 것입니다.”

사마소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 유선은 무능한 자라고 여겨 이후로 건들지 않았고 그저 여생을 편히 쉬라고 내버려두었다. 이후 유선은 66세까지 살다가 죽었다.

낙불사촉(樂不思蜀)이란 향락에 빠져 자신의 나라 촉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이 사주는 술과 향락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집과 재산을 잃은 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사람은 현명한 사람을 만나면 인생의 도리를 알게 되지만 속이는 사람을 만나면 인생이 파탄나기 마련이다. 이유 없이 자신에게 커다란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조심할 일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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