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이봉호 기자] 아미미술관에서는 매년 봄,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초대해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2021년의 아미의 작가들에서도 장기간 코로나로 인해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잊고 일상에서 벗어나 작품 속 시공간에 빠져들 만한 세 명의 작가들을 초청했다.

먼저 남경민의 작품들은 관람자를 익숙한 듯 낯선 한국 전통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김홍도, 심사임당과 같은 대가의 방에서부터 고궁의 내부, 책가도에 이르는 공간은 작가의 전통문화 연구에 상상력이 덧대어진 결과다. 동서양 거장들에 대한 오마주homage부터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오브제들, 공간을 더욱 환상적이게 만드는 나비떼까지- 화면 구석구석 많은 상징과 의미가 담겨 있어 더욱 매혹적인 봄날을 느낄 수 있다.

안경진은 그동안 그림자와 짝을 이루는 조각 작업을 해 왔는데, 여백, 그늘, 구석으로 작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림자와 여백은 물질 세계를 보여주는 견고한 조각과 대조를 이루며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가 비물질적인 세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조각이 중심일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조각의 내용과는 반전을 이루는 그림자,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여백의 공간은 인생의 본질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음을 환기시킨다. 또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음악은 작품 감상에 몰입도를 더했다.

인주리 작품의 매력은 더 이상 사용치 않아 쓸모없는 사물들, 즉 무용지물을 레트로한 ‘유용지물’로 탈바꿈하는 데 있다. 오래된 물건들은 사진 속 정물로 재탄생함으로써 시간이 흐르면서 버리고 잊힌 것들에 대해 일깨워 준다. 작가의 ‘무용정물’은 관람자들을 경쾌한 추억의 세계로 이끄는 유용한 길잡이가 돼준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전시장 내 QR 코드를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 속 숨겨진 의미와 뒷이야기 등을 읽고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6월 29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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