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코로나 시대를 반영하듯 집안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는 신박한 프로그램이 인기다. 정리 전문가의 도움으로 쓸데없는 물건과 한동안 쓰지 않는 물건들을 비우고 새로운 집을 만들어 낸다.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전문가가 내 집도 저렇게 정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하지만 프로그램 속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내 집의 주인은 나이고, 누군가가 대가 없이 내 입맛에 맞게 정리 정돈해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는 요즘은 평소 정리하기 귀찮아서 또는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집안 정리를 하기에 적당한 때이다. 일 년 내내 입지 않는 옷을 분류해 의류 배출함에 버리고 사용하지 않는 냄비, 접시, 유리컵 등도 버리고 정리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가공식품부터 오래전에 개봉한 화장품까지 정말 많은 종류의 물건이 나온다. 이 물건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나도 모른다. 지금 이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언제쯤 발견했을까 싶다. 아이가 커서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손 때 묻은 장난감은 새로운 아이를 만나라고 무료로 나눔을 하기도 한다.

나도 얼마 전에 같은 아파트 단지 인터넷 카페에서 웬만큼은 주고 사야 하는 유아 자전거를 무료로 나눔 받았다. 생각보다 너무 깨끗하고 고장이 난 곳도 없어 아이가 아주 좋아했다. 무료로 나눔을 해 준 이웃 주민에게 감사의 보답으로 집 앞 단골 제과점에서 빵을 사 문고리에 걸어놓고 왔다. 물건을 준 사람은 비워내서 후련하고 받은 사람은 공짜로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나눔이 있을까.

나에게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물건이 남에게는 좋은 물건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내 손안에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비움의 날을 정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기만 해도 수납공간이 넓어질 것이다. 내가 비워내고 정리해야 비로소 가치 있는 물건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 집에 꽁꽁 숨어 있는 보물 찾기를 해보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가치 있게 활용해 보자. 빛나는 보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사는 공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신박한 정리는 신박한 비움에서부터 시작된다.

따듯한 봄기운을 받아 비움을 실천하고 따뜻한 마음까지 나눔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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