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찰권이 중앙정부에 귀속된 국가경찰제도를 운영해 왔으나, 지방분권 강화와 검경 수사권 조정 추진 과정에서 경찰권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 시행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된다.

문제는 이를 위한 각 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과정에서 경찰과 자치단체간 갈등이 불거져 나오면서 자치경찰제 시행이 순조롭지 않다는 점이다.

갈등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우선 자치경찰 사무범위와 관련, ‘광역단체장은 지방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표준 조례안에 대한 경찰과 자치단체의 이견이다.

경찰은 표준조례안대로 지방경찰청장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치단체는 이를 강제하는 것은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치경찰 복지·처우 지원에 관해서도 대립하고 있다. 표준조례안은 지원 대상을 ‘자치경찰 사무 담당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자치단체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 수반되기 때문에 ‘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 공무원’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이견을 보인다.

경찰 측은 경찰 업무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자치단체는 자치의 본질적 측면을 반영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로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치경찰 시행을 둘러싼 경찰과 자치단체 양 측의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

자치경찰의 자치단체 예속화를 방지하고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전문성, 독립성 등을 반영해 조례 제정 과정에서 경찰청장의 의견을 듣도록 명문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경찰의 주장도 납득된다.

반면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 없이 자치경찰의 운영에 대한 행·재정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자치단체 입장에선 조례 제정 과정에서부터 자치권 강화와 재정 부담의 부당성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경찰과 자치단체 모두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자치경찰 시행의 제도적·재정적 기반의 안정성을 구축하지 못한 채 시행을 서두르는 정부의 무책임이다.

지방분권 강화와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의 영향력 비대를 우려, 자치경찰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현재 우리의 지방자치 수준을 감안하면 자치경찰 도입 자체가 시기상조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 30년이 다 돼 가고 있지만, 아직도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앞서는 상황에서 공정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경찰권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또 일부 사회단체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행정과 달리 경찰권의 변화는 시행착오를 경험해선 안된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치안행정이라는 점에서다.

경찰과 자치단체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거나, 자치경찰 도입의 본질적 취지와 목적과는 달리 일부 기득권 세력의 영향력 확대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고스란히 주민 피해와 사회적 치안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