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충청매일] 담장 아래 양지바른 곳을 살피고 또 살핀다. 감감무소식이다. 며칠 전 아내와 튤립 구근을 심었다. ‘물을 많이 줬나? 너무 깊이 심었나…’하고 아내가 조바심을 낸다. 저편 영산홍은 꽃망울이 싱그럽다. 봄은 기지개를 켜고 겨우내 움츠리던 만물이 꿈틀대고 있다. 농부들은 여기저기 밭을 갈고 퇴비를 준다. 기어코 튤립도 수줍은 듯 빼꼼히 싹을 내민다. 봄이다. 치열하지만 담담하고 잔잔하다. 순수하다.

긴 새끼줄을 둘러 기차 흉내를 내면서 기차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나는 착한 사람이 될래!’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그 어린 시절 나는 순수했다. 교복을 입은 꼬맹이 시절도 나름 치열했지만 평온하고 순수했다. 영산홍 꽃망울처럼 동화 속 아이처럼….

어른이 된 우리 모두에게 아직도 어릴 적 순수함과 따듯한 정이 있다. 봉사와 나눔의 꿈이 있다. 마음속에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어린 시절에 비해 여러모로 많이 성장한 어른이 더 외롭고 더 각박하고 더 아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프다.

어느 해 토지에 영양분을 많게 해서 수확을 많이 하려고 밭과 화단에 퇴비와 비료를 아주 많이 주고 영양분이 없어질세라 바로 꽃씨와 농작물을 심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초보자의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뒤 돌아보면, 이렇듯 조금 더 잘 되려는 작은 욕심이 쌓이고 쌓여 조금씩 더 각박하고 더 외로워지는 삶을 가까이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수십 년 전 서울에서 지나가는 과객이 청하는 밥상을 차려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그런 소소한 행복이다. 그립다.

요즈음 지자체장 보궐선거 선거운동 기간이다. 매스컴이 시끄럽다. 지자체장 또는 국회의원 나아가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은 덕행으로 화합을 이루어 단체를 이끌며 매사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들은 지도자로서 사리사욕이 목표가 아닌 국가와 민족 또는 지자체를 위하여 봉사함을 사명으로 받들어야 한다. 사견이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지도자는 아닌 듯하다. 상대의 약점을 캐고 서로 헤집어 물어뜯고 비방하면서도 떳떳하니 말이다.

이런 선도계층 때문에 일반 국민인 우리는 세상을 더 각박하고 춥고 아프게 체감한다. 부모가 서로 물어뜯고 비방하며 싸우는 가정에서 자란 자녀의 아픔과 같다. 하물며 자신의 이익이나 그가 속한 정당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온갖 매체가 실시간 중계까지 한다. 국민들은 그들을 보며 어떻게 행복 나눔을 배우며 무엇으로 우리 스스로 행복해 할 수 있겠는가. 암담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따듯한 정으로 사랑과 행복을 나누며 봉사를 실현하는 겸손하고 알찬 국민들이 곳곳이 많다. 오히려 그런 겸손한 국민이 지도자이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도계층도 알찬 일반 국민도 아름답다.

사람들은 스치는 봄바람에 설레고 들에 핀 봄꽃의 미소에 행복해 한다. 마음 깊은 곳에 어릴 적 순수함과 따듯한 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살다 보면 그를 잊고 산다. 어른이 되어가며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을 점점 잊고 산다. 세상을 각박하게 사는 사람도 명예 권력에 눈이 어두워진 사람도 모두 순수하고 아름답다. 다만, 깜빡 어릴 적 본심을 잊었을 뿐이다.

봄이다. 나는 영산홍 꽃망울에서 봄을 찾았다. 꽃망울은 덤으로 어릴 적 본심도 찾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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