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농민군 여러분! 오늘 우리는 충주읍성으로 진군하여 관아에 잡혀있는 하익수 중군장과 농민대표들을 구출할 것입니다. 충주목사는 우리의 염원이 담겨져 있고 우리 농민군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쟁취한 완문을 보고도 그 뜻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뜻을 전하러 간 우리 중군장과 대표들을 옥에 가두고 이제껏 아무런 답이 없소. 벼슬아치들은 다 한통속이오! 입으로는 백성 없는 나라가 있을 수 없고 농사가 천하제일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실상은 우리 농민들을 부려먹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오. 벼슬아치들이 절대로 우리 농민들의 고통을 해결해주지는 않소. 우리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오! 농민군 여러분 충주관아로 진격하여 우리 동지를 구하고 우리 문제도 직접 해결합시다!”

우장규 농민군대장이 농민군 출정을 알렸다.

농민군은 청풍부사 조관재와 관속들을 지킬 약간의 농민군만 청풍읍성에 남겨둔 채 충주를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중군 예하의 기별군은 단독행동으로 농민군의 최전방 척후를 맡고, 좌군과 초군은 경심령을 넘어 노루목을 거쳐 곧바로 충주읍성의 남쪽으로 진군하고, 우군과 사노군은 청풍읍리나루에 정박해있는 배를 타고 꽃바위나루까지 간 후 마지막재를 넘어 충주읍성의 북쪽을 압박할 계획이었다. 별동대는 좌군과 우군의 선봉에 서서 이들의 진군을 돕고 충주에 도착해서는 읍성의 동서남북 문을 막고 관아를 위협할 생각이었다. 중군은 곧바로 충주읍성으로 진군하지 않고 농민군의 제일 후미에서 진군하며 청풍·수산·덕산·한수·살미를 거쳐 충주읍성으로 향했다. 중군이 다른 농민군처럼 직접 진군하지 않고 청풍 관내의 여러 마을들을 돌며 행군하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아직도 마을에 남아 농민군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농민을 독려해서 동참시킴으로써 병력을 확보하고 부족한 군량과 보급품을 모으려는 것이었다. 농민군들은 청풍을 떠나 충주읍성으로 진군하며 곳곳에서 수탈자들을 응징하며 행군을 계속했다. 이창순이 지휘하는 농민군 좌군이 살미에 다다를 즈음 한 패의 농민군들이 징과 괭과리를 치고 중구난방으로 함성을 지르며 공이동 골짜기에서 나타났다.

“어디서 오는 농민군들이오?”

초군장 천만이가 물었다.

“우리는 동창에 사는 농군들이오!”

이들은 모두 흥분하여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동창에서 출발했다는 농민들은 새벽에 공이동에 도착해 그동안 고을민들을 착취해오던 장 부잣집에 불을 질렀다. 장 부자는 지난 번 공이동 농민들 산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이 와중에서 호령하는 맹 부자를 지게작대기로 작신 두들겨 병신을 만들었다. 농민들은 다시 물길을 타고 내려와 황강 원종득의 집도 불태워버렸다. 이들은 이 고장에서 대를 물리며 내려온 권세와 농토를 이용해 소작인을 괴롭혀 인근에 원성이 자자했던 양반지주들이었다. 동창 농민들이 좌군과 합류하여 다시 진군을 하여 살미 문하리를 지날 때 한 무리의 노인들이 농민군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이놈들 못 간다!”

“노인장들은 뉘시오?”

“우리는 문하리 유림들이다!”

“그런데 왜 우리 앞길을 막아서는 것이오니까?”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마땅히 도리를 지키는 것에 있음이다. 군신간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의리가 있음에도 너희들이 백성의 도리를 다하지 않고 난리를 일으킨 것은 관을 수이 여기고 나아가 임금을 능멸하는 불경이니라. 내 비록 향리에 묻혀 사는 늙은이에 불과하나 군신의 법도를 지키지 않고 풍속을 어지럽히는 너희 폭도들을 엄히 꾸짖기 위해 여기에 나왔느니라. 그러니 속히 발길을 돌려 각자의 마을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거라!”

유림들의 맨 앞에 선 수염이 허연 노인이 농민군들에게 호령했다.

“저 늙은이들을 모조리 잡아다 저 우물 속에 처넣어버릴까유?”

초군장 천만이가 붉으락푸르락 열을 올리며 마을 앞 우물을 가리켰다.

“아서게! 저 유림들 몇 잡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저들도 자신들 도리를 지키려는 것일 뿐이네. 가둬두고 그냥 지나가세!”

좌군장 이창순이 천만이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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