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충북 청주시의 장애인 복지업무를 수행하며 코로나 방역과 돌봄, 공백 없는 서비스 지원을 위해 고심하던 2월의 어느 날이었다. 청주에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10명 넘게 발생하며 그중 50대 여성장애인이 확진됐다는 보고를 접했다. 이 확진자는 본인, 80대 노모, 남동생까지 가족 모두 심한 지적장애인이다. 확진자는 입원, 가족은 자가 격리가 결정됐고 평소 가사 지원을 도와주던 활동지원사의 도움도 중단됐다.

복지부로부터 시달된 코로나 대응 매뉴얼이 있었지만 당장 오후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직면했다. 병원 이송을 위해 방호복을 입고 출동한 보건소 직원을 보고 놀라고 두려웠는지 확진자는 도주했고 누나를 잡아가려는 줄 알고 화가 난 동생은 직원을 공격했다.

경찰과 시 직원 등 20여명은 확진자를 찾느라 사방으로 흩어졌고 나중엔 확진자가 불안해하지 않게 잠복하며 그를 찾는 데 집중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자는 스스로 귀가한 뒤 친척의 설득으로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남동생도 자가 격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밖으로 돌아다니려 했고 이를 통제하려는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인근 주민들은 감염병이 확산될까 불안해했다. 덩달아 이장님과 관할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왕래하며 대응에 분주했다. 낯선 환경에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임시 생활시설로의 격리도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다음날 토요일 아침 재난안전대책 회의가 열렸다. 매우 딱한 상황에 처한 가구이니 장애 특성을 고려해 세심하게 대응하라는 시장님의 당부가 이어졌다. 2주간의 통제를 통해 마을의 감염병 확산을 방지해야 했고 돌봄도 문제였다.

이를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직원들이 2교대로 비상근무를 했고 보건소는 수시 건강 체크와 방역을, 복지관 등 민간 기관 3곳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지원했다. 충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도 격리 가정에 매일 도시락을 지원했다.

그러는 사이 6일 만에 노모도 확진자가 돼 남동생은 집에 혼자 남게 됐고 격리 기간도 다시 14일이 연장됐다. 중증 장애인이 보호자 없이 자가 격리 상황이 되면 24시간 긴급 돌봄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남동생 또한 확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돌봄 인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고 근무하기로 한 이가 포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다행히 마음 따뜻한 장애인활동지원사가 근무를 자원했다. PCR 검사 및 안전교육을 마치고 24시간 함께 자가 격리하며 장애인을 살뜰히 돌봐줬다. 11일간 발열 확인, 환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청소, 식사는 물론 말벗을 해주며 방호복을 입고 기꺼이 힘든 시간을 동행했다. 두려운 순간도 잠깐 있었으나 어려움에 처한 분을 내가 도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이분은 내게 영웅이다.

초기 대응에 비록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한마음으로 노력을 기울이던 3월 어느 날 무사히 자가 격리가 해제되고 가족들도 퇴원했다. 셋이 함께 있으면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이 가정은 코로나 상황을 잘 극복했다. 이 극복기에 함께 했던 민과 관의 모든 분께 감사함을 전한다. 함께여서 가능했음을.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