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가니 집안이 어두워 사람들을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검은 옷을 입었는데, 작고 날렵하게 생긴 사람하나가 나에게 슬그머니 달려 붙는다. 처음에 대수롭잖게 생각했으나, 자꾸자꾸 엉겨 붙는다. 아무리 밀어 붙여도 찰거머리 같아서 도저히 뗄 수가 없었다. 불현듯 ‘귀신’이란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 급기야 오른발로 힘껏 차면서 “주인장 주인장! 어디 있어!”라고 고함을 쳤다.

“여보 왜 그래! 나 여기 있어!”라며 아내가 깨운다. 악몽(惡夢)이었다. 

평소에 난 잠은 잘 자는 편이다. 여간해서 악몽을 꾸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꿈자리가 사나운 것으로 보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튿날 아내와 함께 뒷산으로 땔나무를 하러 갔다가, 친구 하나가 저녁식사나 함께 하자고 연락이 왔다. 시골집에 아내 혼자 두고 외출한 것이 께름칙하여, 친구들과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장 집으로 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사단이 나고 말았다.

아내는 혼자 있기가 무료하여 마을골짜기 길을 산책했던 모양이다. 부지불식간 콘크리트 포장길을 걷다가 ‘꽈당!’하고 통나무처럼 넘어진 것이다. 왜 넘어 졌는지도 모르겠다. ‘길을 걸을 때는 작은 돌을 조심하라!’는 옛말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도로에 박힌 조그만 철근 하나에 봉변을 당한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통나무처럼 넘어졌는데도 머리가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기적이었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옷을 두껍게 입었기에 끔찍한 재앙은 면한 것 같다. 아내는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앉아 “아이고 기가 막혀!”라며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한다. 엇 저녁 악몽을 생각하니, 우연일치라고 보기엔 참으로 신기했다. 액(厄)땜한 것이다.

불교의 논서인 ‘아비달마’에 의하면 꿈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로 조상이나 선인들의 인도에 의해서 꿈을 꾼다는 ‘유타인몽(由他人夢)’이다. 꿈속에서 조상을 만나는 것은 길몽이 많다고 한다. 둘째는 유회변몽(由會便夢)이다. 평소 자주 만나던 사람이나 습관적으로 하던 일이 꿈에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40년간 교직에서 퇴직하고, 최근 5년간 중국학교에서 근무한 탓인지 몰라도, 나는 지금도 꿈을 꾸면 어김없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셋째는 유당유몽(由當有夢)이다. 미래에 대한 예지로서, 길(吉)한 것이나, 위험한 것을 미리 감지하는 것이 꿈에 나타난다. 엇 저녁 악몽이 경고였던 모양이다. 넷째는 유분별몽(由分別夢)이다. 평소에 많이 생각하거나, 바라고 구하는 것이 잠재되어 꿈으로 나타난다. 다섯째는 유제병몽(由諸病夢)이다. 몸에 질병이 생겨 신체적 불균형이 꿈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일생의 삼분의 일을 잠을 잔다. 잠을 자다보면 꿈을 꾸기 마련이다. 누구나 좋은 꿈을 꾸길 바란다. 잠을 잘 자는 것도 복이요, 꿈을 잘 꾸는 것도 복이다. 우리는 모두가 좋은 꿈을 꾸길 바란다. 좋은 꿈을 위해선 수행을 하라고 권한다. 꿈과 생각은 같다고 한다. 선한 생각을 하면 선한 꿈을 꾸고, 선한 꿈을 꾸면 현실에서도 선한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수행이란 무엇인가?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이 수행이다. 즉 걷거나(行), 머물거나(住), 앉거나(坐), 눕거나(臥), 말하거나(語) 말않거나(?), 움직이거나(動), 멈추거나(靜) 모두가 수행이란다. 매일매일 매순간 이들을 스스로 살피면서 살다보면 좋은 꿈도 저절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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