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충청매일] 올해는 이 땅에 예비군이 창설된 지 53주년이 되는 해이다. 따라서 다음달 4월 첫째 주 금요일은 예비군 창설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예비군 발전을 위한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예비군의 날 행사를 가지게 된다.

코로나 상황으로 제대로 행사를 가질 수 있을지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행사를 간소하게 진행하더라도 행사를 통해 예비군을 비롯하여 예비군 분야 발전을 위해 그동안 수고해온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한편 예비군에 대한 현실태를 냉정하게 평가해 보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예비군은 1968년 4월 1일 대전 공설운동장에서 창설식을 가지고 출범하였다.

당시 북한은 6·25전쟁 실패 후 남한에 대한 적화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크고 작은 도발 행위를 지속적으로 자행해 왔다.

이런 가운데 1968년 1월 21일에는 무모하게도 김신조를 포함한 31명의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침투를 감행하였다. 다행히도 청와대 습격 직전에 발각되었지만 이 사건은 정부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따라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50만 예비군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예비군 창설 준비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예비군은 당해년도 11월에 발생한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소탕 작전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대침투작전에 현역과 함께 89회에 걸쳐 참가하여 눈부신 전공을 세웠다.

사실 창설 당시만 해도 예비군들은 제대로 된 무기와 장비도 갖추지 않고 작전에 참가하였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예비군은 창설 이후 현재까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을 두렵게 하는 안보의 주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예비군은 현역복무를 성실하게 마친 이후 사회에 복귀해서도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는 언제라도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는 현역들의 든든한 동반자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예비군을 평가할 때 현역의 보조수단쯤으로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예비군과 관련된 예산 규모를 보면 국방비의 1%도 안되는 현실이다. 한 마디로 전투기 1대 값 수준의 예산으로 275만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관리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창설 53주년을 맞이했다고 간단한 행사만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통해 그동안 예비군들이 국가안보에 기여한 공로에 대한 전 국민적 찬사와 함께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그 어떤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예비군에 대한 사기진작과 예비전력 강화에 파격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지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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