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충청매일] 공무원을 흔히 공복(公僕)이라고 일컫는데 공복은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의미로서의 공무원을 말한다.

전직 공직자로서 공복을 논하게 된 배경은 얼마 전 서울 모 구청 직원하고 업무상 전화 통화를 하고서 그가 공무원의 본분을 망각한듯하여 올바른 공직자상 확립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통화내용은 5년 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들 녀석에 대한 주민세 납부 때문이었다. 아들이 서울에서 홀로 주민등록주소지를 갖고 줄곧 대학 다니고 사회생활하다 미국으로 갔는데 주소지를 그대로 두고 가 문제가 됐다.

지난해 문득 아들 주민등록이 서울에 혼자 방치되어 있다는 생각에 왜 그걸 몰랐을까 하고 정신이 번쩍 났고 자괴감마저 들었다. 몸은 비록 미국에 가 떨어져 혼자 생활하고 있지만 주민등록만큼은 부모와 함께 있어야 비록 얼굴은 직접 못보고 못 만난다 하더라도 부모자식 간의 울타리이자 한 가족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들 주민등록을 옮기고 보니 제일먼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그간 납부하지 않은 건강보험료 독촉이 왔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담당직원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확인하고 연락해준다 해서 전화를 끊고 기다리자 곧바로 연락이 왔는데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안도하며 마무리됐다.

이번 구청직원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직원 왈 “거기는 기관이 아닌 공사라 자기네하고는 틀리다”라는 참으로 한심한 말을 들었고 게다가 필자를 가르치려는 듯 “법에 그렇게 되어 있는데 법대로 해야지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겠냐”라고 하는 둥 도저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말을 해 싸우기 싫어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고 말았다.

이어 곧바로 4년 주민세를 어느 계좌로 송금하라고 문자가 와서 보니 보내준 것과 상위되어 다시 전화를 하자 다른 여직원이 받았다. 그 직원은 누락된 한 장을 추가로 보내준다고 하여 더 어이가 없어 다시 개인생각이냐 아니면 공통된 생각이냐 반문하며 위에 상사분하고 의논해보고 똑같은 판단이면 납부하겠다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삼십 분후 이번엔 윗사람인 듯 또 다른 직원이 전화가 왔는데 규정을 찾아보니 안내도 될 것 같다며 연락 없으면 납부하지 말라고 하여 쓴웃음을 지으며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어 두 번째 통화한 여직원이 다시 전화를 해 안내도 된다고 하여 끝을 맺었지만 뒷맛이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 없다.

이런 공무원들이 과연 세계경제 10위권에 진입한 우리나라 공직자들인가 하는 아쉬움과 실망감이 너무 컸다. 재직 시 ‘공직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라는 글을 지면에 게재하기도 했었는데 공무원은 나라의 공복으로서 자세정립이 중요하다.

첫째, 공직자는 무엇보다 청렴해야 한다.

둘째,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타오르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셋째,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넷째, 국가관과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공직자들은 언제나 나라의 기둥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솔선해야 하고 특히 고위 공직자들의 언행과 자세는 국민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므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하다. 공직 40년 생활하고 정년퇴직한 전직 공직자로서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공직자상이 확립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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