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은 이전의 세상과 너무도 다르게 바뀌었다. 사람 사이의 만남은 비대면으로 바뀌고, 글로벌한 세계의 삶에서 집과 직장만을 오가야 하는 쳇바퀴 도는 일상의 연속으로 변화했다.

학교 가는 날 보다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진 아이들의 답답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저녁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이 “졸업여행 못 가서 아쉬워”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평소 묻는 말에나 답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얼마나 아쉬우면 이렇게 감정 표현을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진짜 버티며 지난 1년의 끝자락 그렇게 아쉬운 초등학교 졸업을 하고, 중학교 신입생 안내서를 받은 날이었다. 학교의 안내문에는 교복 맞춤과 예방접종, 자기소개서 작성 등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라며 권장도서 목록을 70권 알려줬다.

책을 많이 읽히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음을 알기에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읽을 책은 많고 방학은 짧기에 가족이 함께 한 권씩 읽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가족 4명이 함께 토요일 오전 인근 도서관에 부푼 마음으로 책을 빌리러 갔다. 중학생 도서는 어린이 도서류가 아닌 성인도서와 함께 분류돼 있었다. 200장 정도로 양도 제법이고 내용도 다양해 도서관을 이리저리 다니며 목록의 책을 찾았다.

큰아이가 고른 책은 ‘학교 가기 싫은 날’, 나는 ‘나는 내 편이니까’, 남편은 ‘펭귄이 날개로 날 수 있다면’, 작은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추리물이었다. 일주일간 읽고 다음 주 토요일 오전 독서 발표회를 가졌다.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물론이고 잘 정리해 차례로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을 하며 의견을 나눴다.

세 번째 주에 고른 ‘왜 기후변화가 문제일까?’를 정리하고 토의를 하면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태풍, 폭설, 폭우, 가뭄, 폭염 등)로 인류는 위협받고 있으며, 건강을 위협하는 감염병(페스트, 말라리아 등) 발생으로 특히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을 경험하고 나서는 환경문제 인식의 큰 변화의 계기가 됐다.

아이를 위한 시작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대화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좋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훌쩍 커버린 아들과 대화를 하려면 소재 발굴과 노력이 필요한데,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1시간 이상을 네 식구가 모여 이야기한다.

매주 좋은 책을 아이들과 읽고 토론하며 보낸 시간이 벌써 7주째 접어들었다. 매일 방학 같던 긴 시간이 지나 어느덧 개학을 하고 다행히 매일 등교하고 있지만 이 좋은 시간을 앞으로도 계속 가질 계획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