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이 장으로 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책임지고 사의를 밝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해 새로운 형태의 장관 교체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변 장관 사퇴의 모양새는 스스로 물러나는 사의라고 하나, 투기 의혹에 대한 변 장관의 시각, 정세균 총리의 변장관 거취에 대한 이야기, 여당 압력 등으로 유추하면 용퇴는 아니다. 자신이 책임자로 있던 기관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올바른 공인이 가져야 할 자세이다.

그러나 4억원 주택을 4년 새 10억원으로 만들어 놓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사람이나 정책과 관련하여 문책당한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변 장관의 경질은 부동산 실정에 대한 희생양의 제물처럼 보인다.

부동산 문제는 가까이는 4월 보궐 선거를 정권 심판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이슈이고, 멀리는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슈로서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LH 사건에 대한 위기를 매우 크게 생각하여 희생양 메커니즘을 사용한 측면이 강하게 보인다.

정치에서 희생양 메커니즘이란 폭력적 성향의 집단적 전이현상으로 이해된다. 공동체가 갈등이나 실책으로 인하여 위기에 처하게 될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들에 대한 불만을 힘없는 개인이나 소수 집단에 쏟아 부어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불만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런 희생양 메커니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희생양 메커니즘은 문제를 호도하여 문제의 본질을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버리고자 한다. 희생양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희생양 전략은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권력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중심으로 토지와 관련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누구도 그것이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내용을 보면 희생양을 내놓은 것처럼 근본적 해결보다는 환부만을 도려내거나 소나기를 피해가겠다는 생각이다. 정부 여당이나 되지도 않을 국회의원 투기 조사를 이야기하였던 야당도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발지역의 토지 투기 문제를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변 장관의 경질에 대하여 놀랍게도 대통령부터, 여당, 정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만장일치로 결정이 이루어진 모습이다. 바람직한 세상이 되고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희생양을 만들기보다는 자발적인 자기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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