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변창흠 국토부 장관 해임을 비롯해 관련 공직자들의 엄벌과 이익몰수를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줄을 잇고 있다.

땅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가 극에 달하자 여권이 뒤늦게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나섰다.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LH발 대형 악재가 터지자 수년간 국회에서 계류와 폐기를 거듭했던 법안을 급히 꺼내드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는 3월 중으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처리 의지를 표명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입법까지 이번에 나아갈 수 있다면 투기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3년 처음 발의된 이해충돌방지법은 2015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통과될 당시 ‘적용 범위가 너무 넓다’는 이유로 입법에서 제외됐다.

이후 19·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를 되풀이 해왔다.

2019년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차명매입 의혹과 2020년 박덕흠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공사수주 의혹이 일자 지난해에도 여당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해당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한바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6월, 부동산 투기이익 환수 및 사전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등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와 직무가 겹치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공직자가 이해관계가 겹치는 업무를 맡게 된 경우 즉시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직무 회피를 신청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직무관련자에게 사적으로 조언·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 등 외부 활동도 금지된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대상 범위에 포함되어 있어 국회 처리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이번 LH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법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것을 막는 ‘이해충돌방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권고하는 사항이다.

1962년 제정된 미국의 ‘뇌물 및 이해충돌 방지법’은 위반할 경우 고의성이 없으면 1년 이하 징역형, 고의성이 있으면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정도로 처벌이 강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이해충돌 방지에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2013년이후 8년간 감감 무소식이다.

국민이 부동산 문제로 절망하고 분노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여야 모두는 재발방지를 위한 이해충돌방지 입법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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