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국민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자 보궐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이 앞다퉈 재발 방지법 제정에 부산을 떨고 있다. 하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9년간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가까이는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정부안으로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뒤늦은 입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 “공직자의 부정한 투기 행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투기 이익을 철저히 막는 등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에 국회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입법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사회가 제도적으로 뿌리내리도록 개혁하겠다”며 “당은 정부와 협의해서 공직사회의 투기와 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종합적 입법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사후약방문인 감이 없진 않지만, 이번에는 꼭 실효성 있는 법안이 제정되길 기대한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사건은 꾸준히 있어 왔다. 근래에도 2019년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목포 부동산 차명매입 의혹, 2020년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 자녀 명의로 소유한 이스타홀딩스 주식과 김홍걸 의원의 남북경협주 소유,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피감기관 수천억대 공사 수주 의혹 등이 불거졌다. 이때마다 여야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요란만 떨었다.

지난 2013년 처음 발의된 이해충돌방지법은 2015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통과될 당시 ‘적용 범위가 너무 넓다’는 이유로 입법에서 제외된 이후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현 21대 국회에도 이해충돌방지 관련 법안은 정부안 1개와 의원 발의안 4개 등 총 5개가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 및 회피 △이해관계자 기피 의무 부여 고위공직자 임용 전 3년간 민간부분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 △취득이익 몰수 및 추징 △공직자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직무상 비밀이용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진즉에 제정했으면 LH 투기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는 지난 정기국회 때 여야 모두 법 통과를 약속한 만큼 법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쉽지만 이제라도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더욱이 민주당은 단독 과반을 훌쩍 넘는 174석의 힘을 가지고 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 처리한 법안도 여러 개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가능하단 얘기다. 부디 여야는 ‘자신들의 목에 방울을 달기 싫어 입법을 꺼린다’는 비난에서 속히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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