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오늘날 급변하는 디지털 문명에서 상실된 인간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인문학 열풍은 민간단체, 대학, 도서관, 지자체까지 확산되었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교육을 방송에서 적극 방영해 역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시청률 확보차원에서 상업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2020년 말 모 방송국의 역사 강의는 전문학자에 의해 왜곡이 지적되고 이어 해당 강사의 학위논문 표절로 비화되었다. 당사자는 인기 스타 강사답게 특유의 입담과 엔터테인먼트로 다방면에서 역사 강의와 많은 저서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는 자만(自慢)이 지나쳐 사려 깊게 살피지 못해 방향감감을 잃었던 것 같다. 그러나 본인은 사건이 터지자 발 빠르게 사과하고 모든 방송 활동을 중지했다. 그 이후 인터넷 댓글을 보면 그를 옹호(擁護)하는 누리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확실히 그의 강의 방식은 설득력이 우수한 것 같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들은 어떤 논점에 대해 자신이 아는 것은 확신에 찬 답을 하는데 비해 아마추어는 자신이 없는 듯하게 ‘~인 것 같다’ 또는 ‘~라고 생각한다’ 등 눈치를 보며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언변술이 좋은 사람들은 청중을 자극하거나 매혹적으로 유도해 자칫 함정에 빠지듯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역사 분야는 그 시대를 살아 본 사람이 아닌 후세 사람들이 유적이나 기록 등의 간접 정보로 유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는 정치적 사회적 요구에 의해 왜곡되는 경향도 많이 보이기 때문에 기록문서 외에 사실(史實)을 입증할 만한 인터뷰도 중요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대중매체를 통한 역사 다큐물이나 강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자문을 받아도 언제나논쟁에 휘말린다.

특정 학설 논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때는 토론이나 논문을 통해서 반박을 해야 하는데 인기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 자기를 확대 생산하려는 음모론도 없지 않다. 진정한 학자라면 논증된 글로써 반론을 제기함이 마땅하다.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 분야는 완전무결성이 취약한 학문이어서 언제든지 보충자료에 의해 학설이 전도(顚倒)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학술적으로 미 입증된 사안은 문제 제기나 가설을 세워 새로운 연구 동기와 사료가 발굴돼 입증되면 정설로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과 강의는 비례하지 않는다. 지식이 많아도 설득력 있게 강의를 못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설민석 강사는 딱딱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이야기로 승화해 역사를 처음 대하는 초등생이나 일반인들에게 대중적 전달력이 탁월했다. 만일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부득이하게 야사나 애매모호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부분에서는은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재미를 주기 위해서였더라면 사전에 난센스(Nonsense)식으로  알려주는 지혜가 필요했지 않았나 생각된다.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 게임 드라마는 펙트(Fact)보다 허구적 요소가 많아 역사 왜곡이 빈번하지만 강좌는 절대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역사의 대중화는 역사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진지한 사관 정립을 위해 지나친 왜곡을 경계해야 할 대상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한 역사를 향한 비평가의 날카로운 질책에 숙연해지는 신중함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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