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M. Weber)가 처음 사용한 천민자본주의(pariah capitalism)라는 용어는 오늘날 건전한 자본주의 문화를 형성하지 못하고 폐쇄적이고 퇴폐적인 자본주의 문화를 만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현상을 의미한다.

천민자본주의는 돈과 물질 만능주의,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으로 과도한 경제력 집중, 불공정한 경제 행위, 직업윤리의 상실 등으로 공정한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천민자본주의는 공공부문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기업의 경우에는 연구 기술 개발 등의 등한시, 개인 차원에서는 부패 및 불로소득에 집착하게 한다. 그 결과는 빈부 격차를 가속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무너트린다. 이에 천민자본주의는 발전도상국가의 대표적인 정치행정 및 사회체제의 특징으로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한국 부자의 공통적 특성 가운데 하나로 부동산 투자를 하여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천민자본주의 속성을 가지는 아파트와 땅 투기가 돈 버는 대표적인 방법이 되니 위로는 청와대부터 아래는 최근 직장을 잡은 청년까지 영혼까지 끌어다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을 매수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담당 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100억원대의 토지 투기를 하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민과 국토부 및 그 산하기관인 LH 직원 간에는 정치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주인-대리인의 관계로 권리·의무의 계약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주인은 대리인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여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와서 정부 실패를 유도한다고 한다.

정보화 사회에서 이러한 천민자본주의를 조장하는 것은 대리인이 가진 정보독점권을 이용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 결과 마태복음의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더욱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것을 인용한 마타이 효과(Matthew Effect)를 더욱 키우게 된다.

LH 직원의 의혹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 사업과 관련된 부동산 투기는 1기와 2기 신도시 개발에서 보았듯이 예견된 것이고 일상화되어 있다. 국회의원들의 재산을 보면 이들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러나 투기로 공직에서 퇴출하면 가진 자들은 국회의원이 되고, 그것이 문제시되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금배지를 달고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 이 모든 것의 뒤에는 가진 자들이 가지고 있는 개발정보와 사업정보의 독점에 의한 정보 불균형이 있다.

이러한 제도와 문화가 지속하고 마타이 효과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는 국민들이 많아지는 한 K 방역, k-팝으로 선진국이라고 선전하지만 우리 경제는 천민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발전도상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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