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사립대학 상당수가 신입생 정원도 채우지 못한 채 2021학년도 개강을 맞았다. 등록금 지원, 1년간 학비 면제, 장학금 지급, 기숙사 보장 등 온갖 특혜를 내걸고 신입생 유치에 매달렸지만 무더기 미달사태를 막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위력을 실감한 신학기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정원 미달 폭탄이 해가 갈수록 지방대에 집중된다는 데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전국 162개 대학이 2021학년도 신입생 추가모집에 나섰다.

수시나 정시에서 최초 모집정원이 차지 않은 것이다. 추가모집 인원은 2만7천688명으로 2005학년도 3만2천540명 이후 16년만에 최대라고 한다. 이 가운데 92개 대학이 지원현황을 공지했는데 평균 경쟁률이 0.17대 1에 불과했다. 미달도 엄청난 미달이다.

대전·충청지역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총 2천308명을 추가모집(국립대 포함)했는데 266명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모집 경쟁률은 0.12대1에 그쳤다.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대학도 2개교나 됐다.

문제는 초유의 미달사태 원인으로 지목되는 학령인구 감소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올해 대학 모집정원은 55만5천774명인데 반해 이번에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49만3천433명에 불과했다.

입학자원이 6만여명이나 부족했다.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3년 43만9천명, 2040년에는 28만3천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지방대 몰락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는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극명하게 확인됐다.

전체 추가모집 인원의 91.4%가 비수도권 대학이 차지했을 정도였으니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지방의 황폐화가 가속화될 뿐이다.

정원 미달은 해당 대학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방 사립대는 운영비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학생 수 감소는 곧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2019 회계연도 기준 전국 187개 4년제 대학의 등록금 지출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 수 5천명 미만 지방 사립대는 등록금의 84.4%를 인건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비 등 양질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데 투자할 여력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지방대는 경쟁력이 더 떨어지고 신입생들은 외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건 자명하다.

지방대의 몰락은 지역 경제의 침체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정원 감축이나 폐교 등을 쉽게 거론해선 안 된다.

지방대가 살아야 지역도 산다. 지방 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에서 지방대까지 문을 닫으면 국가균형발전 구호는 헛된 꿈이다. 대학도 일자리도 수도권으로 쏠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이 지방대에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재정지원사업 평가도 지방대에 불리한 지표를 개선해 재정지원도 대폭 늘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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