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 제14부 농민군 봉기하다 (1009)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 제14부 농민군 봉기하다 (1009)
  • 충청매일
  • 승인 2021.03.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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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배의 눈은 예리했다. 그것은 이제껏 그가 겪어온 자신의 처지와 주변 환경에서 터득한 본능 같은 것이었다. 현재 농민군들이 항쟁하는 것은 상민으로 태어나 양반으로 부터 억울하게 당한 핍박을 개선하자는 데 공통의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농민군들 사이에도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그것은 같은 상민 입장이면서도 농민군들이 초군과 사노를 은근히 천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자 초군과 사노들은 도회장에서도 함께 동참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양반만 반목의 대상이 아니라 농민도 타도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중배가 초군과 사노들을 분리하여 운용하자는 뜻은 거기에 있었다.

“우군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도 특별군장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동합니다. 초군들은 산속 사정에 밝으니 그런 소임을 맡기고, 사노들은 양반들 집안 사정을 속속 깊이 잘 알고 있을 테니 거기에 맡는 소임을 맡기면 좋겠소이다.”

“그럼 초군을 통솔할 초군장으로는 천만이로 하고, 사노들 사군장에는 양태술로 하고 초군은 좌군에, 사노군은 중군에 편입하겠소.”

“우 대장, 이젠 농민군도 규모나 조직에서나 크게 확대되어 각 진영 간에도 급히 기별할 일이 생길 터이니 기별군도 필요할 듯하외이다.”

“그건 내가 맡겠소이다. 동몽회에서 발 빠른 아이들을 골라 기별대를 만들면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을 것 같소이다.”

차대규 중군장이었다. 차대규는 오슬이를 기별대 책임자로 삼고 각 진영과의 연락과 고을 내 각 마을에 띄우는 연통을 담당하게 할 생각이었다.

“모든 군은 경계를 철저히 하고 특히 선량한 고을민들을 괴롭히거나 약탈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하시오!”

농민군 대장 우장규가 긴급 소집된 회의를 끝내고 각 군장들을 대동한 채 농민군들의 주력이 운집해 있는 관아정문앞 금남루로 나섰다. 청풍읍성은 농민군들 세상이었다. 청풍장은 모두 철시를 했고 거리에는 성난 농민군들만 함성을 지르며 떼를 이뤄 돌아다녔다.      

청풍읍성에서 처음으로 파괴된 집은 훈장을 하는 박관배의 집이었다. 박관배는 읍성에서 훈장을 하며 청풍관아에서 도결을 결정할 때마다 참석하여 조 부사와 아전들의 요구대로 따랐다. 그리고는 관아로부터 온갖 이권을 챙겼다. 농민봉기가 일어난 원인이 거기에 있었으므로 그의 집이 공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 농민군들은 저잣거리 상인들의 상전도 공격했다. 상인들이 공격 대상이 된 것도 이들이 관아와 결탁하여 각 마을의 상권을 독점하고 농민들의 등을 쳐 이득을 취했기 때문이었다.

농민군들이 장사꾼 주필구의 상전에 불을 지르고 곳간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쌀과 콩이 무려 이천 여 석이나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고을민들이 굶어죽어 나가는 데도 자기 배만 채우면 그만이었다.

주필구는 상전 문을 열고 숨어있다 농민군들에게 발각되자 곳간 문을 열어 곡물을 군량으로 바치고  풀려났다.

이제는 도회지도부에서도 농민들의 분노를 더 이상 막을 수는 없었다. 농민군들은 풀어헤친 머리에 두건을 쓰고, 손에는 몽둥이와 농기구를 든 채 거리를 활보했다. 농민군들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씩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평소 자신들을 괴롭혔던 토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때려 부수었다. 농민군들이 청풍의 뿌리 깊은 토호이자 관아 형방인 김개동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약삭빠른 김개동이는 소문을 듣고 이미 재산을 빼돌리고 가솔들도 피신시킨 뒤였다. 분노한 농민군들이 김개동의 집에 불을 질렀다.

“이번에는 향청으로 가자!”

누군가가 소리쳤다.

본래 향청은 부사를 보좌하는 자문기관으로, 풍속을 바로잡고 향리를 감찰하며 백성들의 사정을 대변하여 수령이 바른 정사를 펼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은 사라진 지 오래고, 관아와 밀착하여 농민들의 착취를 돕는 어용기관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였다.

농민군들은 청풍관아 서쪽에 있던 향청 대문을 도끼로 박살내고 들어가 온갖 집기를 들어내고 불을 질렀다. 그리고 도결과 통환을 결정하고 농민들에게 과한 세금을 분배했던 향회 건물에 불을 질렀다. 청풍읍성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고을민을 폭정하는 조 부사는 물러가라!”

“고을민을 수탈하는 아전들을 몰아내자!”

“농민의 피를 빠는 양반·지주를 단죄하자!”

“환곡을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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