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졸업시즌이지만, 교문 앞에 장사진을 치던 꽃 장수는 오간 데 없다. 지난해에 이어서 코로나19로 졸업식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대학 교정에는 1년 내내 온라인 강의가 이어지고 졸업식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낀 몇몇 학생만 셀프 졸업식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졸업식은 시대를 반영한다. 평생 졸업식을 한 번밖에 하지 못하던 60년대 국민학교 졸업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고, 귀한 졸업장은 졸업장 통에 넣어 보물처럼 간직하였다. 70년대 졸업식은 밀가루가 꽃다발을 대신하였고, 고등학교 졸업식은 광란의 밤으로까지 이어져서 사회문제까지 되었다. 70년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가문에 영광이었던 시절과 80년대 급격하게 대학 졸업생 수가 늘어나면서 대학 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대학가 주변은 아침부터 교통혼잡과 주변 식당가는 만원 사례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대학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어서 추운 날씨에도 졸업식을 대운동장에서 거행하곤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대학의 졸업식에 졸업생이 참석하지 않는 풍속이 모든 대학으로 퍼졌다.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면서 학생들은 졸업해도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졸업장을 택배로 보내주거나 개별적으로 학과 사무실에 와서 찾아간다. 지금은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이 학과별로 처지가 곤란할 정도까지 되고 있다. 이처럼 졸업식이 유명무실화되고 있지만, 코로나 19로 형식적으로나마 존재하던 졸업식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최근 졸업식의 대세는 현수막이다. 그 현수막의 문구는 재치와 세태를 반영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졸업생 없이 교정에 쓸쓸하게 바람에 날리는 현수막의 문구를 보면 안타까움이 더 없이 가슴을 적신다. 그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현수막들이 있다.

“졸업이 죄는 아니잖아요?”, “김OO 무직/ 박OO 무직 축 졸업”, “졸업했는 뎅.. 힝 혁명이나 할까?ㅎ”, “졸업 안하면 안되나요? 슬퍼질라 그래”,“졸업을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어머님”, “OO대 나오면 모하냐.. 백순데”, “입학 10년차 드디어 졸업ㅋㅋ 축하드립니다”,“OOO 기적 같은 졸업 #대단 #드디어 #너가,,?”, “문과들이 그렇게 잘논다며? 졸업하고 ㅎㅎㅎㅎ”

이 와중에 정규직 취업하고 500:1 경쟁을 뚫고 취업하였다고 졸업 축하 현수막을 붙이는 것이 욕먹는 일이 되는 듯하다. 입학과 함께 졸업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미래가 불확실한 코로나 19세대에 있어서 졸업은 우울한 풍자로 넘어갈 일만은 아니다.

졸업식이 사라지고 있는 대학이지만,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로부터 희망까지 빼앗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졸업하고 꽃길만 걷자”, “무엇이든 잘되보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과 같은 희망의 현수막이 대세를 이루고 졸업에 대하여 죄의식이 없도록 졸업생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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