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우 장군! 그건 역모요!”

사족대표 유겸호가 또 우장규의 의견에 반대를 하고 나섰다.

“역모라니요? 우리 농민들이 임금을 뒤엎자는 것이 아니잖소?”

우장규가 유겸호의 이야기를 되받아 반론을 제기했다.

“나라에서 법으로 금한 일을 하는 게 역모고 폭도가 아니면 무엇이겠소?”

“폭도라니! 그럼 여기 모인 고을민들이 전부 폭도란 말이오? 당장 배를 곯아 죽을 지경이어서 밥 좀 먹게 해달라는 것이 폭도란 말이오? 부당한 세금을 줄여 숨통 좀 틔게 해달라는 것이 역도란 말이오?”

우장규가 당장이라도 유겸호를 잡아먹을 듯 핏대를 올렸다.

“그러니 하는 말 아니오? 어려운 사정을 청원하려고 모인 자린데 관아 앞에서 떼를 지어 성토하면 사정하는 것이 아니라 협박하는 것이 되잖소? 그러면 저들이 고을민들의 사정을 들어주기는커녕 당장 폭도로 몰아 때려잡으려 할 것이 아니오? 그렇게 되면 결국 아까운 고을민만 상할 것 아니겠소?”

유겸호도 지지 않고 우장규와 맞섰다. 농민도회 지도부의 핵심인 두 사람이 뜻을 합치지 못하고 설전을 벌이자 고을민들도 크게 술렁거렸다.

“당신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우리 고을민들은 상하고 죽어나가고 있소이다. 그런데도 관아 처분만 무작정 기다리고 있으란 말이오? 좋은 생각이 있으면 저어기 고을민들에게 말해 보시오.”

우장규가 운집해있는 고을민들을 가리키며 유겸호에게 말했다.

“여러 고을민들, 관아와 맞서 우리가 얻을 것은 없소. 어떻게든 청풍부사께 등소를 해 우리의 뜻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오!”

유겸호가 고을민들을 설득했다.

“지금까지도 아무런 기별도 없이 묵묵부답인데 청풍부사가 우리의 청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소이까?”

“그렇소. 어서 대답을 해보시오!”

도열해있는 고을민들 속에서 유겸호에게 물었다.

“청풍관아에 등소를 해서 듣지 않으면 충주목사에게, 그래도 듣지 않으면 공주관찰사에게, 그다음에는 한양의 의정부에 등소를 올리고, 끝끝내 들어주지 않으면 임금께 상소를 올리는 것이 백성들 도리 아니겠소이까?”

유겸호는 처음부터 고을민들이 도회를 열어 청풍관아를 자극하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에이 여보시오, 먹 갈다 고을민들 다 죽이겠소이다!”

“당신 같은 양반들처럼 당장 땟거리 걱정 없는 사람들이나 할 짓이지, 하루살이 같은 상놈들이 할 짓은 아니오이다.”

“우리가 무지랭이라고 당신들 흑심을 모를 것 같소? 당신네 양반들이야 가진 재산이 있으니 세상 곤두박질치는 것을 바라겠소이까? 어떻게든 지키고 싶겠지. 그렇지만 우리 농군네는 하루가 여삼추요. 그런데 언제 기별이 올지도 모르는 등소만 올리고 있단 말이오?”

“소용도 없는 등소장 쓰지 말고 종이값, 먹값 날 좀 주시오. 새끼들하고 주린 배라도 채우게!”

“그따위 짓거리 당장 집어치우시오!”

고을민들이 유겸호에게 종주먹을 들이대며 비난했다. 그러자 유겸호를 비롯한 사족들로 구성된 온건파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고을민들의 강경한 분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조되었고, 우장규를 중심으로 한 농민도회의 강경론자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농민도회의 열기는 점점 고조되어갔다.

② 항쟁이 시작되다

농민지도부는 고을민들과 함께 읍성도회를 계속하는 한편 청풍부사 조관재에게 그들의 요구조건을 제시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청풍관아의 아전이나 조 부사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청풍관아로부터 어떤 기별이라도 올 것으로 내심 기대를 걸고 있던 도회장의 고을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때 운집해있던 고을민들 사이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일었다. 농민지도부의 연통을 받은 농민들이 읍성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떼를 이루며 진군해 오고 있었다. 이들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손에는 저마다 곡괭이·쇠스랑·낫·죽창을 들고 한 머리는 읍상리 쪽에서 동문대로를 통해 또 한 머리는 서쪽의 팔영루를 통해 함성을 지르며 들어왔다. 도회장의 농민들이 박수를 치며 이들을 맞이했다. 이들 무리 중 읍상리 쪽으로 들어온 농민들의 우두머리인 듯한 사내가 농민도회의 지도부가 있는 연단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의 뒤로는 밧줄에 꽁꽁 묶인 사내가 사색이 된 채 농민들에게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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