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상자를 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시 제한된 정보를 감안하면 김 전 청장 등의 구조지휘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미흡한 조치를 인정하면서도 통신상황의 어려움, 세월호 선장과 선원의 과실, 123정장의 뒤늦은 보고, 세월호 내의 선체 문제 등을 종합해볼 때 김 전 청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3009함장 이모 총경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경 지휘부 등만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반드시 항소해야 한다.

1심 판결만 놓고 보면 해경지휘부가 공동책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는 향후 참사가 일어날 때 현장에서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거나, 통신 수단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지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판단이다.

재판부의 무죄 선고 사유는 마치 피의자를 대변한 판결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의 입장이 아니다. 유족들의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수단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총 17개의 수사과제 중 단 두가지만 기소를 했는데 그 중 하나였던 오늘 이 재판이 모두 무혐의로 끝났다"며 "모든 것들을 스스로 무혐의 처분해놓고 단지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만 놓고 따졌던 특수단의 부실한 수사가 결국 오늘 재판 결과를 스스로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특수단은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 유도 및 선체진입 지휘 등을 해야 함에도 구조를 소홀히 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밝혔으나, 철저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책임이 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판단에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것이 당연하다"면서 "재판부도 그런 평가에 대해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재난에서 국민을 구조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의무를 저버린 일에 대해 당사자가 여러 핑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해할만 하나, 재판부가 피고인을 대신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언어 도단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문이다.

세월호 구조 방기에 대한 해경 지휘부의 책임은 이미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인정된 바 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은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 판결이 있다. 이번 재판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정작 최종 지휘부인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말단 공무원들만 처벌함으로써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성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최고 지휘자였던 김 전 청장이 수단과 권한을 총동원해 제대로 확인하고 퇴선명령을 일찍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판결이다. 무죄 판결이 나기 까지 검찰 특별수사단의 부실한 수사도 영향을 줬다고 본다. 검찰은 항소를 통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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