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미국 하버드 대학을 중퇴한 페이스북의 최고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 대학 졸업식장에서 “성공은 실패의 자유에서 온다.”고 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은 공통으로 실패를 이야기하고 실패의 교훈이 자신의 성공에 중요한 디딤돌이라고 한다. 정보화 시대에 가장 대표적 인물인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돌아가신 현대 정주영 회장의 초년기 사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 삶의 대부분은 실패로 연속되어 있다.

실패로부터 다시 일어서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지만, 바람직한 사회는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이다. 실제로 국가는 다양한 제도로 실패로부터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잘못으로 교도소에 간 사람들을 위해 사회 적응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적으로 실패한 사람에게는 파산제도로 개인회생의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모든 자유와 같이 실패의 자유도 무한정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아니다.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의 제1원칙에 의하여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가 함께하여야 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여야 한다.

실패의 자유는 개인 차원에서 지난날의 잘못이나 허물을 고쳐 올바르고 착하게 된다는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우리의 삶은 개과천선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패나 잘못으로 한 사람이 삶이 무너지기보다 개과천선의 모습을 공유하여 타산지석으로 삼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도박으로 바닥까지 갔던 개그맨 황기순은 아침마당이란 TV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잘못과 실패를 공유함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10여년 전 학폭 피해자들이 유명 여자 배구 선수와 남자 배구 선수들의 학폭 실상을 폭로하면서 이들의 선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 벌거벗은 세계사로 인기를 얻던 설민석이나 쉬운 경제학 강의로 인기를 누렸던 최진기는 인터넷에서 자신이 벌거벗기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치인의 잘못과 실수에 대하여는 관대하다. 불법과 탈법을 하고 개과천선하지 않아도 인사청문회에서 말 한마디로 사과하고, 때로는 탈당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차고 다녀도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실패의 자유를 힘 있는 사람만이 가지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는 아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배구선수나 인기 강사는 실패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개과천선하여 모든 사람에게 타산지석이 될 기회는 주어야 할 것이다. 이 기회까지 빼앗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무지에 의하여 실패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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