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읍성 청풍장으로 고을민들 몰려들다

[충청매일] 날이 밝자 농민도회는 청풍관아가 있는 읍성 내 청풍장에서 세 번째 집회를 열었다. 장터에 모인 고을민들은 일·이차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관아의 지나친 수취제도와 양반·지주들의 착취에 대해 성토하면서 도회를 이어나갔다. 지도부에서는 계속해서 통문을 띄워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읍성 곳곳을 누비며 농민과 청풍장 상인들에게 철시를 하고 도회에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을민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아침나절에 이미 천여 명에 이르렀다. 도회장은 모여든 사람들의 열기로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억울하게 당한 자신들의 푸념을 토로하는 것으로 시작해 관리들과 양반·지주들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급기야는 운집한 사람들 사이에서 청풍부사를 도회장에 불러 자신들의 고충을 직접 전달하자는 의견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를 해결해줄 당사자도 없는 데 백날 우리끼리만 떠들면 뭐하겠소?”

“맞소. 관아에 알리도록 합시다!”

“관아가 코앞인데 그럴 필요가 뭐 있소? 이리로 나오라고 합시다!”

“그게 좋겠소이다.”

고을민들끼리 떠들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알자 사람들 무리에서 청풍부사를 직접 나오게 하자고 제의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무리에서 부사를 나오라고 소리쳤다. 

“청풍부사 조관재는 도회에 나와라!”

“조 부사는 나와서 고을민들의 얘기를 들어라!”

“안 나오면 관아로 쳐들어간다!”

갈수록 도회에 모인 사람들의 분위기는 고조되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두려움도 사라진 듯했다. 평상시 같으면 입에 올리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사람들도 부사 이름을 동네 개 부르듯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통문을 받고 도회장소로 모여드는 고을민들이 점점 늘어났다. 청풍관아가 관장하는 고을에서 이만한 인파가 모였다면 관내 민가에서 거동을 할 수 없어 들어앉은 노인이나 코흘리개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나온 듯싶었다. 이젠 도회지도부에서도 고을민들을 통솔하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고을민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려면 조직 편성을 해야 할 것 같소이다.”

농민도회 지도부에서도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자 감당을 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지도부에서는 도회에 참석한 고을민들을 규합하고 조직적으로 통솔하기 위해 긴급모임을 열었다.

“어떻게 편성을 하는 것이 좋겠소?”

“일단 청풍관아를 중심으로 남한강 상류 마을에서 온 사람들은 우군, 하류는 좌군, 강 건너 북진을 중심으로 한 마을사람들은 중군으로 나눕시다.”

“그게 좋겠소이다. 그런데 도회 지도부 조직도 해야 할 것이 아니오?” 

“마땅히 해야겠지요. 농민도회 수장으로는 이제껏 앞장서 일을 해온 우 장군이 어떻겠소?”

농민출신인 이창순이 강경론자인 우장규를 천거했다.

“나도 찬성이외다. 그런데 우리 고을민들의 화합을 위해 유겸호 사족대표와 함께 두 분을 수장으로 세우는 것이 어떻겠소?”

하익수가 농민대표인 우장규와 사족대표인 유겸호를 함께 천거했다.

“난 반대요! 조직에 우두머리가 둘일 수는 없소! 그리고 저 사람이 우리 도회에 들어와 한 일이 뭐가 있소? 고을민들이 굶어 죽어나가는 데도 등소 타령이나 하고 있지 않소? 그래, 관아에 보낸 등소장을 보고 답이라도 받은 것이 있으면 내 눈앞에 내놔 보시오!”

이창순이 반대를 하며 유겸호를 대놓고 멸시했다.

“이보시오!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의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것이오. 그렇게 대놓고 내 의견만 내세우면 무슨 회의가 되겠소?”

하익수는 매사에 생각도 없이 불쑥불쑥 내지르는 이창순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나도 양반이오! 하지만 배우지 못해 이렇소. 그럼 난 가만히 있을테니 잘 배운 양반들 회의하는 꼬락서니나 한번 봅시다!”

“그런 얘기가 아니잖소?”

“어쨌든 난 저런 뜨듯 미지근한 사람을 수장으로 모실 수 없소.”

이창순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도무지 타협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허, 그것참!”

하익수가 난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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