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사법부의 수장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국민을 여러 차원에서 실망하게 하고, 검찰개혁과 함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이 탄핵을 이유로 사표 수리를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했는데도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하루가 되지 않아서 두 사람의 대화 녹취가 공개되자 거짓말하는 정치인과 똑같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하여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로 마무리하고자 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세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는 견제와 균형이다. 우리의 경우 대통령 중심제로 대통령의 실질적 권력이 강하고, 대법원장을 국회의 동의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이념에 의하면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은 그 업무에서 서로 독립되고 동등한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법원장은 민주주의 헌정질서 유지에 그 기능이 중요하여 대통령이나 국회의장보다 임기를 길게 하여 6년으로 하고 있다.

녹취록을 보면 대법원장이 여당의 정치적 탄핵에 동조하고 있고, 그 행보를 보면 검찰 개혁을 위시한 사법 개혁에서 정치권과 같이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민주주의의 헌정질서에 최후의 보류가 되어야 할 사법부 수장이 사법부 독립을 포기하고 행정부나 정치권에 동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다. 여당은 국회가 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탄핵하였다고 하나, 대법원장은 자신에 대한 보은 인사에 보답하기 위해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두 번째 조직 차원에서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그의 독립성이 침해되는 것을 막고, 구성원이 본연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는 제 식구 감싸기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임 부장판사가 정치권의 외풍을 수용했다는 비난으로 탄핵을 받았지만, 사법부 수장이 그 탄핵에 동조한 것은 조직의 장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대법원장의 거짓말로 사법 개혁, 검찰 개혁이 국민을 위한 개혁도, 정의와 사법권의 독립을 위한 개혁도 아니라는 것이 더 명확해지고 있다.

세 번째는 개인 차원의 문제이다. 대법원장을 비롯하여 법관은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법관이 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의 진위를 판단하는 것이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검사와 법관의 그 양심을 올바르게 하여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거짓말하고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수장이 있는 사법부가 존속하는 한 사법부로부터 정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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