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도가(道歌)의 핵심은 욕심을 버리고 소유를 최소화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도가의 3대 사상서라면 노자 장자 열자를 꼽는다. 그중 열자(列子)는 전국시대에 열어구라는 사람이 지은 친근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당나라와 송나라 때에는 충허진경(沖虛眞經)이라 하여 사서오경보다 높은 대우를 받기도 했다.

기원전 580년, 손숙오는 초나라의 재상이었다. 어진 정치로 도둑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많은 나라로부터 칭송을 들었다. 하루는 초나라 장왕이 욕심 많은 신하들의 건의를 받아 당시에 유통되는 화폐를 바꿔 크고 무겁게 다시 만들도록 했다. 나라에서 화폐를 개혁했지만 백성들은 이를 불편하게 여겨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손숙오가 이를 알고 장왕에게 간언하였다.

“화폐가 이전에 비해 너무 무거워 백성들이 들고 다니기도 어렵고 상점에서 유통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예전으로 되돌려주십시오.”

장왕이 어쩔 수 없이 화폐를 되돌려 시장은 예전으로 회복되었다. 당시 초나라에는 수레바퀴가 작고 의자 높이도 낮았다. 그런데 장왕이 이번에는 어리석은 신하의 건의를 받아들여 수레 의자를 높이도록 하였다. 이에 손숙오가 아뢰었다.

“단지 말이 수레를 끌기 불편할 것이라는 이유로 백성의 편리함을 불편하게 바꾸시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장왕이 듣고 보니 손숙오의 말이 옳았다. 이에 인위적인 개조를 멈추었다. 손숙오는 재상의 지위에 있으면서 수많은 탄원과 모략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청빈하고 욕심이 없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손숙오가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재상에서 물러났다. 그는 임종 전에 아들에게 간곡한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으면 왕께서 너를 불러 먹고 살 땅을 주실 것이다. 그때 성 안에 땅과 집을 주신다고 하면 거절해야 한다.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 왕께서 소원을 말하라고 하면 너는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침구 지역을 달라고 하라.”

손숙오가 죽자 과연 장왕은 이전의 공을 기려 그 아들에게 큰상을 내렸다. 하지만 아들은 이들 거절하고 쓸모없는 땅 침구 지역을 원했다. 장왕은 어리석은 놈이라 생각하고는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몇 년 후 초나라가 정쟁에 휩싸였다. 성 안에 거주하는 대부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하지만 손숙오의 아들은 화를 면하였다. 얼마 후 전쟁이 났지만 침구 지역은 어느 누구도 쳐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손숙오의 자손은 몇 백 년을 이어 크게 번성하였다. 이는 ‘열자(列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호구지책(糊口之策)이란 입에 풀칠하며 사는 청빈이 도리어 자유롭고 걱정 없는 행복한 삶이란 뜻이다. 요즘에는 가난한 살림살이를 빗대는 말로 주로 쓰인다. 사회에는 세 가지 미움이 있다. 돈 많이 버는 자를 미워하고, 직위가 높은 자를 미워하고, 학식이 높은 자를 미워한다. 이런 미움에서 자유로우려면 많이 베풀고 또 베풀고 항상 베풀어야 한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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