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00년 전국시대, 작은 제후국인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부자가 살았다. 저공은 애완동물을 좋아했는데 그중 원숭이를 특히 좋아해 집안에 수십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원숭이를 자주 가까이 대하다보니 저공은 조금씩 원숭이의 생태를 알게 되었다. 원숭이의 행동만 봐도 무얼 원하는지 알게 되었고 나중에는 원숭이 눈빛만 봐도 그 속뜻을 헤아리게 되었다. 원숭이 박사가 된 셈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천하가 전쟁에 휩싸이자 집안 식구들이 먹을 양식이 그다지 넉넉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원숭이 먹이 또한 구하기가 어려웠다. 저공은 고민 끝에 자신이 좋아하는 원숭이를 내버릴 수는 없어서 먹이를 줄이기로 했다. 그래서 원숭이들을 모두 불러 놓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아침에 도토리 세 개 저녁에 도토리 네 개를 주겠다. 괜찮겠느냐?”

그랬더니 원숭이들이 아침에 도토리가 적다고 크게 소란을 피웠다. 그러자 저공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아침에 저녁보다 한 개를 더 주도록 해주겠다.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면 되겠느냐?”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환호하며 좋아했다. 똑같은 개수였지만 그저 아침에 한 개를 더 먹는다는 생각에 원숭이들은 다음 상황을 생각조차 못한 것이었다. 이는 ‘열자(列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평소에 잘 돌아가던 회사가 코로나로 인해 이익이 대폭 감소하였다. 곧 설날 상여금을 100% 지급해야 하는데 결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사장은 고민스러웠다.

“직원들은 모두 상여금을 기대하고 있을 텐데 이를 어쩌면 좋은가!”

회사 임원들이 이러저런 의견을 말했지만 고민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사장은 결심을 하고 이사들에게 말했다.

“회사 사정이 악화되어 설날 전에 감원을 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솔직히 알려주시오. 또한 올해 회사의 모든 행사도 취소한다고 말이오.”

갑작스런 감원 발표에 직원들은 크게 놀랐다. 보너스는 생각도 못하고 혹시라도 자신이 감원대상이 될까 두려워 모두들 말을 아꼈다. 부서마다 침통한 분위기였다. 다음날 아침 사장은 다시 이사들을 불러 말했다.

“내가 밤새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회사 사정이 나쁘더라도 감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곧 설날인데 상여금을 100%는 줄 수 없어도 50%라도 지급하겠습니다.”

이 소식에 직원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감원에 대한 고심으로 설날 상여금은 생각도 안했는데 50%나 받게 되었다고 모두들 기뻐하였다.

조삼모사(朝三暮四)란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이지만 교묘한 꾀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나쁜 의미로는 결과는 같은데 당장 눈앞에 이익만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의 결정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지금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면 그보다 더 참혹한 상황을 생각하라. 그러면 벗어날 방법이 훤히 보일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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