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충청매일] 1월도 하순이다. 1월 1일의 아침을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그만큼 흘렀나 보다. 올해는 여느 해와 다르게 새해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대개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설렘도 함께 맞이하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1년여 가까이 이어온 코로나19가 새해에도 그대로 이어지다 보니 사람들은 우울하게 연말을 보내고 이어 새해를 맞이하지 않았나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추위와 함께 더욱 심해지더니 연말에 이어 1월 초순에도 맹위를 떨쳤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에 발표되는 코로나19의 확진자 숫자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방역 당국자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날그날 확진자와 돌아가신 분의 숫자를 발표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연일 들려오는 확진자 숫자는 우리를 주눅 들게 했고 돌아가신 분들의 소식도 우리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허망한 죽음 앞에서 쓸쓸하기 그지없는 장례를 치러야 하는 가족들의 그 비통한 심정을 어찌 상상이나마 할 수 있을까? 옷깃을 여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돌아가신 분과 유족들과 아픔을 같이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어디 그뿐이었을까? 오로지 헌신 봉사의 마음으로 과로로 인해 피로에 지친 천근 같은 몸을 이끌고 감염병의 제1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의료진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또 영업 제한 조치로 생업을 이어 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경제적 고통에 봉착한 서민의 고통은 또 어찌할 것인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모이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현상이 이렇게 우리의 소중한 1년을 빼앗더니 아직도 우리를 힘들고 더없이 피곤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쓴 채 묵언수행을 해야한다. 코로나19가 물러날 때까지.

그래도 이런 엄중한 상황에 조금은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우리나라도 백신을 들여와 어쩌면 다음 달부터는 백신주사를 맞을 수 있을 거라는 소식이 그렇다. 또 우리나라에서 만든 토종 코로나19 치료제도 상용화할 것이라는 소식도 연이어 들려온다. 다행스런 일이다. 모쪼록 보다 철저한 방역과 백신 주사 및 치료제의 사용으로 보다 희망적인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2월 12일은 설날이다. 우리 고유의 민속 명절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음력 설날이 지나야 비로소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새해도 제대로 맞이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올해는 더욱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올해는 설날부터 새로 시작하는 해가 되었으면 싶다. 설날을 출발점으로 백신주사도 맞고 치료제도 사용하며 이 지겨운 코로나의 늪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한다. 희망을 품고 새해 설계도 하면서 부푼 가슴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김남조 시인은 그의 시 ‘생명’에서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코로나19라는 이 괴물같은 감염병을 종식시키기 위해 우리는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온 초록보리’와 같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 시인은 같은 시 ‘생명’의 마지막 연에서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지나온 추위로 / 하얗게 드러눕는 / 함박눈 송이로 온다//’고 다시 강조하였다. 이제 우리는 설날을 맞이하여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출발선에서 생명의 의지를 다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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