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2년 동안 운영하던 카페 문을 닫았다. 한적한 곳이다 보니 일부러 찾아오는 이 없으면, 좀처럼 사람이 다니지 않는 카페였다. 근처에 축구장이 있어 대회가 있을 때는 넓은 주차장이 꽉 찰 정도이지만, 그런 휴일 며칠을 제외하면 정말 사람 없는 동네, 카페였다. 아는 지인들이 찾아오는 저녁이면 이야기꽃이 피기도 했고 오가며 커피를 찾는 단골도 있었다. 장사하는 곳보다는 예술인들의 사랑방 같은 곳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자선사업을 위해 예술인이 카페를 차린 것은 아니다. 예술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우니 선택한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공연도 자주 다니고 행사도 많아 카페의 부족한 재정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면서 행사는 줄고 카페도 적자로 돌아섰다.

장사가 너무 잘되면 예술 활동이 부업이 되는 셈이니 그도 마땅찮았다. 괜한 걱정은 늘 걱정으로 끝났고 부업은 부업으로 끝이 났다. 수많은 대한민국 소상공인들은 죽을힘을 다해 장사를 시작하고 죽지 못해 폐업한다. 자고 나면 새로운 가게가 생겨나고 누군가는 좌절한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은 변함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버텨야 할 힘도 남지 않아 보인다.

2020년 문화예술계는 말 그대로 당황스러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낯선 카메라 앞에서의 예술 활동은 새롭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온라인 공연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방송시스템이 아닌 촬영 여건은 늘 어려움이 따랐고 관객 없는 공연은 맥이 빠지기 일쑤였다. 적은 예산은 대부분 촬영 비용으로 사용되고 정작 예술인은 영상물 하나 남는 셈이니 이런 적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부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공장에 취직하거나 소상공인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첫째가 대학에 진학했고 둘째는 고3이다. 자연스럽게 등록금이 걱정되었고 서울 생활이 걱정이었고, 대학생 둘을 키워야 하는 미래가 걱정되었다. 어려운 공부방이 걱정되었고 폐업을 걱정했다. 한참 걱정이다, 걱정이야. 걱정거리를 만들며 대화 하다 보니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걱정할 자격은 있는지 눈 맞은 우리는 실소했다. 그래도 걱정 밖에 해 줄 게 없으니 어쩌냐며, 우리의 걱정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2021년 문화예술계는 어떤 걱정을 해야 할까. 코로나19 1년 더를 걱정해야 할 것이며, 관객 없는 공연을 걱정해야 하며, 수입 없는 삶을 걱정해야 하며, 부족한 방송 시스템을 걱정해야 하며, 사람들의 외면을 걱정해야 하며, 늘어가는 우울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힘들다 외쳐도 콧방귀 끼고 마는 예술정책을 걱정해야 한다. 노래는 TV 오디션을 통해 듣고, 연극은 드라마 시청으로 대체하고 재미없는 시는 아예 잊어버리고 수많은 TV 채널이나 돌려가며 스타를 동경하며 살면 될 것이다.

그래도 걱정은 해야 한다. 일 년 더 해보던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던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연초는 일 년 농사가 결정되는 시기다. 분주히 기획서를 작성하며 각종 공모사업을 준비한다. 예술보다 기획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수십 년 해 온 예술이니 마땅히 다른 길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러니 속는 셈치고 기획서를 작성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2021년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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