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대학에서 입시를 담당하는 사람들 간에 회자하는 이야기로 우리의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상 기후로 우리나라의 벚꽃 피는 순서가 없어지고 있듯이 벚꽃 피는 순서와 상관없이 지방의 모든 대학이 같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을 보면 비수도권 대학의 57%가 사실상 미달 상태이다. 그러나 2024학년도에는 12만 명 이상이 미충원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약 1천5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중규모 대학 80개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수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단풍 지듯이 새로운 위기를 이야기한다. 단풍 위기론은 수도권에 가까울수록 수도권으로 편입하는 학생이 많아져서 학생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매년 4년제 대학 입학생의 10% 정도가 편입한다. 편입으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중소규모 대학에서 지방 거점대학으로 이동하면서 소위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사립대학은 이중고로 대학의 위기를 가속되고 있다.

이 모든 위기는 출산율의 저하로 예측된 위기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 정책은 예측된 위기에 대하여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나쁜 대학, 경쟁력 없는 대학을 걸러낸다는 대학 구조조정은 부실대학을 유지하는 명분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벚꽃 피고 단풍 지듯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해도 정원에 미달하고, 정원의 절반만 채워도 대학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 결과는 교수 한 명으로 존재하는 학과를 양산하고, 실험실습 없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졸업장을 주는 대학을 양산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대학평가의 지표만 맞출 뿐 경쟁력 있는 변화를 위한 혁신과 변화를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은 예측된 위기 이외에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혹자는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ICT 등을 배경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19는 그 변화의 속도를 가중시킬 것이다. 그러나 어느 대학도 새로운 변화를 앞장서는 대학이 없다. 변화에 앞장은 서지 못하더라도 변화에 적응하여야 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이다.

우리의 교육 특히 대학은 산업사회에서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학은 오히려 우리나라 발전의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가 질보다는 신입생 충원율과 같은 양적 지표로 평가하고, 피인용 수가 1건도 되지 않는 연구에 지원하고, 취업을 위해 대학생이 사설 학원에 다니고,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한전공대처럼 허허벌판에 대학을 계속 세우는 것은 모두 대학의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19에 우리가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벚꽃 피고 단풍 져도 존재하는 대학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