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칼럼]길고 긴 겨울의 밤
[이정식 칼럼]길고 긴 겨울의 밤
  • 충청매일
  • 승인 2021.01.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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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문학작가회
수필가

[충청매일] 별빛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만 보아도 차갑게 느껴지는 겨울의 밤이다. 때로는 찬바람이 불어오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콕족이 되어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눈이 푹 쌓이고 나면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다. 눈 쌓인 골목길은 얼어붙어 빙판인데 한밤중 ‘찹쌀 떡’하고 애처로운 소리가 한 때는 겨울밤을 슬프게 했다. 지금은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로 변한 것이 옛 과는 다른 풍경이지만 모두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 이 이었으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으리.

옛날 노인들은 동지 섣달 긴긴 밤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유년시절 할아버지는 새끼를 꼰다던지 돗자리 만드는 노끈을 꼬며 긴 겨울밤을 일하며 보내셨다. 할머니는 목화솜으로 무명실을 뽑는 물레를 돌리신다. 손자가 읽어드리는 이야기 책을 들으시며 긴 겨울밤을 보내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한번 읽어드리니 얼마나 재미 있어 하시는지 저녁마다 손자를 찾으셨다. 그때의 그 손자가 할아버지가 되어 겨울밤의 추억을 더듬고 있으니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에 덧없는 인생의 무상함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추운 겨울밤이 깊어가도 잠이 오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글을 지어 봐도 잠을 청하지 못해 고민이 가득하다. 나이가 들어 불면증만 늘어가는 보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도 아내가 달콤한 홍시를 녹여서 가져온다. 홍시의 달콤한 맛이 정겨운 밤의 노래만큼이나 추운 겨울밤을 녹여준다.

겨울밤의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난방 기구를 틀어놓고 이불로 몸을 둘러싼다 해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내 몸은 따뜻할지 몰라도 마음은 계속 차갑게 느껴진다. 추위에 떠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해서 떨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한, 폭설, 강풍 3대 악재가 20년만의 처음 겪는 추위란다. 무서운 맹추위에 노숙인이 동사했다하고, 난방시설이 변변치 못한 집에서 연탄마저 모자라 촛불로 밤을 보낸다는 독거 노인의 딱한 생각에 편히 잠이 들지 않는다. 더욱이 거동이 불편한 장애노인이 집에 불이 났는데도 불길을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는 슬픈 뉴스가 들린다. 그 보다도 집이 없어 떠도는 일용 근로자가 비닐 하우스 안에 이불을 둘둘 감고 자다가 동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이것이 따뜻한 자리에 밤잠을 편히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원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위정자들은 입만 벙긋하면 민생을 외처 대지만 우리들의 이웃에는 아직도 가난의 사각지대가 수없이 존재한다. 천사와 같은 사랑의 손길이 어둠속에 등불처럼 이들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천명을 웃돌다 600명으로 진정국면으로 줄었지만 전염 속도가 빠른 영국발 변형 바이러스가 나타고 있어 불안하다. 백신은 언제 맞을 수 있을까?

싸늘한 겨울 밤 이라해도 별빛을 헤아리는 환희의 밤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왜 이리 슬프고 괴로운 밤인가. 가난한 이웃들, 가족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영하의 혹한 속에 코로나 방역을 하는 간호사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하루속히 이 땅에 따뜻한 사랑이 온 누리에 퍼져 마음편한 겨울의 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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