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새해부터 ‘정인아 미안해’라는 우울한 사건이 전국민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하고 있습니다. 형사 전문변호사로 나름은 산전수전 다 겪어 웬만한 형사사건에는 꿈적도 하지 않지만, 그 이전에 그만한 또래의 세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에 감정적 무너짐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충격적인 일을 겪고, 온 국민이 이러한 쓰라린 감정을 공유해야 하는 것인지 안타깝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아동학대 앞에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 묘하게 떠오릅니다. 부실한 초동대처로 중한 결과를 발생시킨 수사기관의 틀에 박힌 사과와 재발방지 다짐, 마치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려 누구누구법이라 명명하며 서둘러 통과시키는 법률들 말입니다. 그렇지만, 끔찍한 아동학대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해 봐야 합니다.

아마도 국민적 공분앞에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자들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엄벌로써 다스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후적 다스림에 불과할 뿐이지 빼앗긴 목숨이 회복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설사 목숨을 건진다고 하더라도 어릴 적 당한 끔찍한 아동학대는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을 지배하기에 처벌로 그 피해가 회복될 성질의 것이 전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사전적으로 피해의 발생 자체를 막는 근본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인이 사건의 근본적 문제점을 살펴봐야 합니다. 본 사건의 핵심은 바로 수 차례 신고가 이루어졌음에도 정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정에 있습니다. 어린이집, 담당 소아과 의사 등이 수차례 신고했음에도 아동학대에 대한 판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사이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분명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사회에 감시자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과연 객관적인 아동학대에 대한 판단이 늦어지면서, 그에 따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즉 한 쪽은 아동학대임을 이를 숨기고자 하는 부모는 아동학대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안타까운 시간이 낭비된 것입니다. 아무리 아동학대가 발생한 경우 격리 조치 등의 사후적 제도를 만들더라도, 숨기는 특성이 강한 아동학대에 대한 시급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제도 자체의 시행이 불가능해지는 문제점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논스톱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관 스스로 시급성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면, 법조계?의료계?아동학대방지기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피해의심신고가 들어온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검사 등을 진행하여 시급한 조치의 필요성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 결정에 대해 피해학생 부모의 이의권을 규정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제도를 보호하는 형태로 한다면 보다 빠르고 엄밀한 아동학대해당성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사전적으로’ 아동학대의 선별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아동학대 예방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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