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마빈 스톤(MarvinC.Stone, 1842~1899)은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그에게 주어진 일은 담배 종이를 마는 일이었다. 퇴근 후에 선술집에 들러 한 잔의 술로 고단함을 달래는 것은 그 시대에 흔한 일상이었다.

빨대와 인연은 1888년 미국 워싱턴의 한 술집에서부터 시작됐다. 위스키와 함께 내놓는 밀집 조각이었는데 밀집은 위스키를 빨아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더운 날씨에 술잔을 손으로 잡고 마시면 위스키의 온도가 올라서 맛이 상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종이를 둥글게 말아 접착제로 살짝 끝마무리해 자신이 만든 종이 빨대를 늘 가던 선술집에 가져갔다. 시험용으로 몇 개를 가져갔을 뿐인데 이미 그의 빨대는 대 인기였다. 풀냄새 나는 밀집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의 작은 발명품의 소문이 퍼져 나갔고, 종이를 가늘게 말았을 뿐인데 그의 종이 빨대는 어엿한 상품이 돼 팔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빨대 생산을 위한 공장이 세워지고, 스톤은 한순간에 노동자에서 기업주로 대변신했다.

최근 커피전문점들이 플라스틱 빨대를 지양하고 종이 빨대와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뚜껑을 도입한 후 빨대 사용이 감소했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장 내 다회용 컵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플라스틱 배출도 많이 줄어 큰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종이 빨대는 친환경적인가 아닌가, 정말 종이 빨대엔 문제가 없는 걸까? 빨대 재질은 부차적 문제이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자체가 자원 낭비에, 폐기물을 만드는데 ‘종이니까 괜찮다’라는 것은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플라스틱보다 더 친환경적이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빨대는 소각장으로 간다. 그래서 빨대가 잘 썩는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소각이나 매립할 때 플라스틱보다 낫긴 하지만 종이는 제조과정에서 폐수를 발생시킨다. 목재를 베어내는 등 에너지 사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 과정을 보면 절대적으로 선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재활용 안 되는 종이는 오히려 플라스틱보다 환경성이 나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도 종이 빨대는 부피가 작다 보니 대부분 재활용이 안 된다. 재활용까지 완벽하게 돼야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다.

친환경적인 식물 자원 조달 방법이 나와야 한다. 보릿대로 만든 빨대가 좋은 예이다. 보리나 밀 줄기를 잘라서 이용하는 것이다. 1900년대 초 종이 빨대가 나오기 전까지는 유럽과 미국에서 밀대 빨대를 사용했다. 보릿대가 제일 낫다. 상용화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빨대 선택에 앞서 일회용품을 안 쓰는 것이 최선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