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잠을 설쳐가며 행복을 느끼는 일이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의 경기를 보는 일이다. 그가 뛰는 경기를 보고 나면 희열과 감동을 느끼곤 한다.

최근 영국 언론들이 손흥민이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소개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성실함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축구선수들 중에 성실함이 부족해 도태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 축구계 속에서 그가 인정받고 살아남는 비법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이타적인 플레이다. 이제 그는 세계축구계가 부정할 수 없는 월드클래스이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자신이 돋보이려 개인주의에 빠져 있지 않다.

세 번째는 철저한 자기관리다. 세계 유명 축구선수들 중엔 사생활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거나, 철저하지 못한 자기관리 때문에 선수 생명 단축을 자초하거나, 심지어 각종 범죄를 저질러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손흥민은 지금껏 사생활 관련해서 문제가 될만한 잡음이 없다.

팬들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팬들은 이런 사랑을 바탕으로 그를 신뢰한다.그가 경기에 나서면 무언가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다.

손흥민을 보면서 한국정치가 연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을 위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다짐한 한국 정치인들은 과연 국민을 위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를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한국 정치인들을 모두 싸잡아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많은 정치인들은 손흥민이 사랑받는 이유와 정반대의 행태를 드러낼 때가 많다.

국민을 위한 정치 구현을 위해 많은 연구와 고민과 실천을 하는 성실함은 뒷전인 채, 국회의원이란 특권에 취해 흥청되는 모습들에 국민은 실망하고 분노한다.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한국정치의 성장을 통해 타협과 절충과 양보와 이해를 통해 국민에게 보답하는 정치를 하기는커녕, 내가 하는 정치는 ‘절대적 선(善)’인 반면 상대 정당의 정치는 ‘반국민적 악(惡)’으로 치부한다.

이타적인 플레이는 고사하고, 온갖 궤변과 주관적 근거들을 내세워 서로 헐뜯는 일에 혈안이다.

‘국회의원’의 동의어는 ‘시정잡배’라는 비아냥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터.

자기관리 측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는 정치인들이 허다하다. 부동산 등 재산 문제, 정치자금 문제, 보좌관 등에 대한 갑질 행태, 술자리 추태, 성관련 추문, 가정문제, 유권자들에 대한 무시 행태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심지어 뇌물 수수, 부당한 재산 축적, 성범죄, 폭력 등 범죄를 일으켜 사법처리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고도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고,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말을 뻔뻔스럽게 하는 이들이 한국정치인들이다.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2.4%대에 머물며 그들이 그렇게 개혁대상이라 경멸하는 검찰보다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국회가 과연 개혁을 주창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새해, 매번 되풀이되는 헛된 희망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올해는 달라지겠지 하는 실낱같은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정치권에서 성실과 이타적인 플레이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인 손흥민‘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그들을 통해 감동을 받고 희열을 느끼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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