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규 청주시 옥산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충청매일] 수험생활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 공직 임용이라는 빛을 보게 되면서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며 우리 가족에게 도움을 드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친절하게 업무 처리를 도와드리겠노라 다짐했지만, 때아닌 감염병의 창궐로 폭주하는 민원과 빗발치는 전화에 어느 순간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틀에 박힌 답변만을 쏟아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인고의 시간 동안 공직을 꿈꾸면서, 그리고 옥산면 행정복지센터로 첫 출근을 할 때 설렘과 기대감에 가득 차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내가 그려왔던 공무원 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의 내가 돼 있었다.

임용 이후, 공무원들은 인정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법에 근거해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공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으며, 공무원이 친절하게 응대를 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응대를 받는 민원인의 입장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친절’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인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응대하는 필자의 목소리나 친절도는 다르게 전달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민원인이 느끼는 친절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본인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실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는 작은 제스처와 함께 이야기를 들은 이후 상담에서는 민원인의 다소 누그러진 태도와 함께 불필요한 오해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작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모두 우리 몫이니 분명 가치 있는 변화일 것이다.

둘째, 우리는 응대 시 목소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각자 분장 받은 업무로 민원인은 다르지만 비슷한 업무 상담을 수차례 반복해야 하며 업무가 누적되다 보면 짜증도 나겠지만 나를 처음 보러 온 사람에게 그 감정이 전달되는 것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공무원이라면 감정의 기복이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속해야 한다.

셋째, 항상 초심을 떠올리며 응대를 해야 한다. 우리도 업무를 인수인계받을 때 짧으면 며칠, 길면 몇 주를 걸쳐 처리 절차를 숙지한다. 더욱이 고령의 민원인이나 장애를 가진 민원인의 경우 더욱이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멀리 돌아가더라도 이해를 돕기 위해 차근차근 설명을 해드려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청주시를 포함해 전국의 모든 공무원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지만 행여 우리는 고루함과 피로함을 무기로 민원인들에게 기계적 공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적극 행정을 펼칠 수 있음에도 주어진 조건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自問)해 개선의 분기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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