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구제 여부가 다시 국민적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장의 재점화는 국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재시험 특혜를 줄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정부가 시작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방안을 묻는 질문에 “국민 여론 때문에 굉장히 신중했는데,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시 미응시 의대생들의 재시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코로나19 확산이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어서 의료인력 공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의대생 구제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다. 권 후보자는 22일 인사청문회에서 “의대생 국시 문제는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충분히 양해를 구하고 국회와도 상의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재시험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1천명이 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중증환자 치료 병상이 바닥났고, 의료인력 부족도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군 의료인력까지 동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과부하에 걸린 의료진의 수급이 화급한 것도 사실이다.

의대생들의 국시는 실기시험을 먼저 치른다. 해마다 9월에 실기를 보고, 이듬해 1월에 필기를 치르는 식이다. 지금 논란도 의대생들이 석달 전 실기 응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데 이 의대생들이 내년 1월 7∼8일 치르는 필기시험엔 3천여명이 원서를 접수했다고 한다. 필기시험 후 2월 실기를 치르면 3월부터 의료현장 투입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로 의대생 구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의료계의 요구도 여기서 나온다.

의료현실이 엄중하다고는 하나 국민 여론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전공의들은 지난 8월 코로나 2차 유행 때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 장기 파업했다.

이로 인해 암 환자 수술 일정이 미뤄지고, 외래 진료가 축소되며,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받는 등 심각한 의료공백이 발생했다. 의대생들도 여기에 동조, 국시 기회를 두 차례나 줬음에도 거부했다. 자신들의 밥그릇 차지를 위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삼는 태도에 국민감정은 등을 돌린 상태다.

싸늘한 국민 여론을 돌리기 위해선 의료계가 먼저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의대생들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 의료계 선배들도 “조건 달지 말고 재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윽박지를 뿐이다. 정부의 입장 변화에 오히려 “정부에서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지는 시험보면 안된다”는 비아냥도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우월감에 도취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태도다.

국가시험 응시 포기자에게 별도로 재시험 기회를 제공한 전례는 없다. 의대생 국시 재응시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8월 57만명에 이어 지난 8일 올린 글에도 8만여명이 동의했다. 의료계가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는 자세부터 갖추는 것이 국시 문제를 푸는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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