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기업이나 조직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또는 실패를 가져오는 요인에 대하여 학자들은 다양한 요인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을 보면 명확한 비전의 결여, 최고위층의 강한 의지와 지도력 부족,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독단적 결정, 혁신 및 창의력 부족 등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많은 연구자가 지적하는 것으로 작은 승리에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는 행태를 지적한다.

영국의 격언에 “경마를 시작하자마자 크게 돈을 번 사람은 반드시 파산한다.”는 말이 있다. 똑같이 “쉽게 돈을 번 사람은 쉽게 망한다고 한다.” 복권에 당선된 사람 가운데 유난히 패가망신한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성공에 대한 오만에서 찾을 수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데 쉽게 성공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이 오만에 빠지기 쉽다.

특히 조직은 개인보다 작은 성공의 오만에 빠지기 쉽다. 이는 조직에서 어떤 사업에 성공하면 그 성공을 이끈 공로자들이 조직 내의 주류파로 자리 잡아 권위와 권력을 강화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성공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편협한 사고는 상황이 바뀌고 있는데 그걸 파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맨땅에 헤딩’해왔던 자기만의 성공방식을 자꾸 요구하고, 고집하게 된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올겨울에 3차 유행을 할 것이라고 경고를 하였다. 그것이 현실화되면서 1천명의 확진자에도 병상의 부족을 보이고, 치료를 받지 못하여 집에서 죽음에 이르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19 백신을 적기에 접종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일 확진자 수가 5천∼ 10,000만명이 된다면 그 혼란은 확진자가 많은 유럽, 미국, 브라질 등의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방역 체계는 드라이브 스루의 진단에 집중한 K방역에 몰입되어 치료와 백신 문제에 대하여는 안일하게 생각한 듯하다. 확진자를 인구 대비로 본다면 우리는 중국, 베트남, 태국과 비교하여 성공적으로 대응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위정자들은 우리의 방역 체계가 가장 모범적이라고 홍보하고 있고, 때로는 코로나 19가 조기에 종식되고, 심지어 백신 개발에서도 다른 나라에 앞설 것처럼 선전하였다.

K방역이 방역에 성공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나 확진자를 치료하고 코로나19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백신 문제에 대하여는 모범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문제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의 방역과 관련된 작은 성공에 대한 오만은 관료로 하여금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들만의 상상에 빠져서 3차 유행을 준비하지 않고, 백신 준비에 시기를 놓치고 있다. 그 오만이 지속한다면 우리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코로나 19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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