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서지예 청주 청원보건소 주무관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용기 내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언뜻 보기엔 힘을 내라는 뜻 같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참뜻은 물건을 사러 갈 때 개인 용기를 가져가 음식 등을 담아오며 일회용품을 줄여보자는 뜻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천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기발하고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따라 하기도 쉽고 용기(容器)를 가져갈 용기(勇氣)만 있으면 된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그러나 동시에 누군가는 ‘귀찮고 불편한데 저걸 꼭 해야 해?’라고 생각할 것이다. 빙하가 녹고 있다거나 북극곰이 울고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빙하와 북극곰은 너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문명 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은 이런 사람들에게 경고장을 날리듯 ‘네 번째 지구환경전망 보고서(GEO-4)’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에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고,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경험하고 있다. 바로 인류의 멸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마치 방금 나온 보고서처럼 소개했지만, 이미 13년 전에 소개된 보고서의 내용이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과 미흡한 분리배출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지구 온도. 북극곰의 울음을 멀리한 인류는 결국 스스로를 멸종 위기종으로 만들었다. 이제 울고 있는 건 북극곰이 아니라 우리가 된 것이다. 이제는 정말 행동으로 위기를 막아야 할 때다.

위기는 충분히 실감했지만 실천은 막연할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제로 웨이스트 실천가인 ‘존슨의 5R 실천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요 없는 물건은 거절한다(Refuse). 쓰는 양을 줄인다(Reduce). 일회용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는 제품을 산다(Reuse). 재활용(Recycle)은 다시 쓸 수 없을 때만 한다. 되도록 썩는 제품을 사용해 매립(Rot)해 순환시킨다.

그래도 자신이 없다면 용기 내는 것을 추천한다. 카페 갈 때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내밀기, 마트 갈 때 비닐봉지 대신 개인 용기 내밀기부터 실천해 보자.

작은 용기 하나하나가 모여 큰 용기가 되면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큰 걸음이 될 것이다. 북극곰과 함께 울고만 있을지, 용기(容器) 내는 용기(勇氣)를 가질지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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