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연말 공직사회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공무원 공로연수제’를 두고 말들이 많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나는 제도로 지적받아온 공로연수에 대한 폐지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로연수는 정년을 앞둔 지방 공무원에게 최대 1년간 유급휴가를 주는 제도다. 수십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 공무원에게 사회 적응기간을 주자는 취지로 1993년 도입됐다. 전국 대부분의 광역·기초 지자체가 6개월 내지 1년간의 공로연수제를 실시한다.

그러나 공로연수는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제도로 비판받은 지 오래다. 더욱이 취지와 달리 놀면서 월급만 챙기는 제도로 변질되면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각 지자체는 인사적체 해소책의 하나로 활용하기에만 급급해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자체에서 모두 5천340명이 공로연수를 갔다. 전년도인 2018년 4천76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는 정부 부처나 시도교육청을 제외한 수치다.

공로연수 기간 중 5급 공무원은 매월 470만원, 4급은 570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는다. 현업수당을 제외한 월급이다. 정년이 보장되고, 급여도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연금 혜택도 일반 국민보다 좋은데 일을 하지 않아도 매월 수백만원씩 주는 것은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부분이다.

올해도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공로연수에 들어간 지방직 공무원은 1천261명이다. 이는 2015년 671명에 비하면 5년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공로연수로 소요되는 예산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일부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특혜나 다름없는 공로연수제도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6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2022년 1월부터 공로연수 의무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공무원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해 2023년까지 공로연수 폐지를 잠정 보류한 상태다. 충남 홍성군도 폐지나 희망자만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방안을 놓고 여론 수렴 중이다. 전북과 광주, 전남에서도 의회를 중심으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의 공로연수가 이렇듯 개선의 당위성이 공감되면서도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인사적체 해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공로연수는 인사상 파견근무에 해당해 결원을 보충할 수 있다. 공로연수자가 1명 생기면 줄줄이 승진 요인이 발생한다.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이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후배들의 눈총에 등 떠밀려 공로연수를 신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배를 떠민 그들도 막상 정년이 다가오면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한 번은 변화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보화시대에 산속에서 살다온 것도 아닌데 사회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는 공직사회의 의견에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지자체들은 공로연수 기간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추든지, 아니면 일을 하도록 하던지, 합리적인 개선책을 찾는데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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