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란
청주 청원보건소 보건행정팀장

 

[충청매일] 숙면에 방해가 된다며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무음으로 전환하며 살던 예전의 일상, 하지만 지금은 새벽에도 검사 결과에 대한 메시지를 늦게 볼까 전전긍긍하며 항상 스마트폰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쪽잠을 청한다.

2020년 방역의 최일선에 서 있는 보건소 관계자들에게 이제 이런 생활은 일상이 돼버렸다. 심지어 이제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고 예전의 일상이 어색할 지경이다.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이었다.

전국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1천명에 육박하면서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신천지 발 1차 대유행, 8·15 집회 관련 2차 대유행을 넘어선 현재의 3차 대유행은 감염원을 알 수 없는 무증상 전파의 확산과 산발적인 지역 감염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지역사회의 불안감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정부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을 시행하고 있다.

다행히 일부 국가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가 시작됐지만 완전히 사태가 진정돼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우리 개개인의 방역에 대한 실천과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실천으로 몇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마스크 착용의 습관화이다. 비말 차단이야말로 확실한 백신의 역할을 할 것이며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를 독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둘째, 호흡기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내 설정 온도를 권장 수준(겨울철 18~20도)으로 낮추고 적정 수준의 습도(겨울철 40~60%)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연말 모임이나 행사를 자제하고, 일상의 ‘잠시 멈춤’을 통해 한 해를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안일한 생각으로 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면 ‘K-방역’이라 불리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던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확진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는 철저한 역학조사와 접촉자 분류, 신속한 이동 동선 파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확진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차가운 눈초리는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숨기게 할 수 있고 다른 유행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확진자에 대한 격려와 응원은 확진자의 정확한 진술과 적극적인 치료 의지로 나타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오후 9시, 전국에 불이 꺼지면서 대한민국 경제와 서민들의 삶의 희망까지 꺼지는 게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과거 수많은 고난과 역경도 국민들의 단결로 극복한 위대한 대한민국이다.

이제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이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남았다. 암흑이 지나야 새벽도 오는 법이다. 나 자신이 방역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잠시 멈춤’에 동참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소중하게 느꼈던 일상을 다시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다시금 모임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그런 한 해이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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