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
청주 나비솔한방병원 원장

[충청매일] 최근 어떤 글을 보니 기원전을 의미하는 “B.C”의 의미를 Before Corona로 해석해야할 수도 있겠다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삶의 위기와 혼란, 변화가 크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진료하는 병원에서의 일상도 많은 부분이 변화가 되었습니다. 수시로 발열을 체크하고, 무한반복되는 손소독과 손 씻기, 일과중에도 잠깐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상시적인 마스크 착용, 회의와 연례모임 취소 등등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절차와 속박이 생겨났고, 10개월 넘게 지속된 절차와 속박에 익숙해질때쯤에는, 평소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이 어느덧 너무나 그리운 과거가 되어 버렸음을 문득문득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불편한 일상은 전염병의 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진료를 해야하는 한의사로서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도 있습니다.

먼저, 진료를 통해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과정은 단순히 묻고 답하고, 숫자로 표시되는 검사결과만을 파악하여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환자의 걸음걸이, 얼굴표정, 대답을 할때의 표정과 호흡의 변화, 목소리 등을 관찰하는 것이 종합적으로 합쳐져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특히 만성화된 질환의 경우 수치적인 데이터보다는 오히려 환자를 면밀히 관찰하고, 환자의 분위기와 질병의 인상을 파악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장시간의 마스크 착용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을 합니다. 평소라면 서로 웃는 얼굴로 안부를 묻고, 입과 얼굴의 표정을 보며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수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을텐데, 이제는 마스크 위로 살짝 드러난 눈으로만 수 많은 느낌을 전달받아야 하니 답답한 마음이 너무 큽니다. 또한 두꺼운 마스크를 낀 채로 3분 이상을 연속적으로 말하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되다보니, 설명을 나누어서 해야하고, 환자분들도 답변을 길게하기 힘들어하여 호소하는 내용을 짧게 들을 수밖에 없는 불편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보니 한의학에서 중요한 진단 방법중 하나인 설진(舌診, 혀의 모양이나 색을 살펴 진단하는 방법)을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올해 초부터 지속이 되다보니 저도 그렇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우울감과 심리적인 불안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호소하며, 2차 적인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두통, 어지럼, 목 어깨의 경직, 식욕저하, 소화불량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눈까지 내려서 답답한 마음을 더 무겁게 누릅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이 종식되어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과 정다운 이야기를 다시 나눌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꽃피는 봄이 올때까지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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