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례씨, 고향 그리운 마음 담아 ‘빨간양철지붕’ 시집 출간
딸 김태은씨 “엄마의 고향 사랑 마음 함께 나누고 싶었다”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그 양철지붕 아래서의 어린 시절이 그립습니다.”

결혼과 함께 청주 청원을 떠난 저자가 타향에서 30여년 사는 동안 문득문득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한줄 씩 쓴 문장이 시가 됐다.

김상례(55)씨는 충북 청원군 부용면 산수리(현재 세종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직장과 결혼으로 고향을 떠난 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연민,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일상의 낙서처럼 노트에 적고는 했다.

어느 날 이를 본 딸 김태은(27)씨가 “엄마 시가 좋은데. 혼자보기 아깝다”며 “시집으로 출간해 여러 사람들과 나눠보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30년 고향을 그리워한 엄마의 마음이 시집 ‘빨간양철지붕’(좋은땅/ 8천100원·사진)으로 출간됐다.

김상례씨는 버스가 지나면 뿌연 흙먼지가 일었던 농촌마을 산수리에서 태어나 자랐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에 들어서면 빨간 양철지붕이 먼저 반갑게 맞아주었다. 거기에는 다정함이 있었고, 따뜻함이 있었다.

마루에 서서 내다보면 논둑길에 하얗게 핀 망초대가 보였다. 주변에는 온통 아카시아 향기가 멀리까지 퍼져왔다. 저자는 그곳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온갖 들꽃과 잡초와 뒹굴며 자랐다. 지금은 추억이 돼 버린 그 집, 그 양철 지붕 아래서의 어린 시절이 그립다.

저자는 “지나가는 말로 내 이름으로 된 시집 한 권 갖고 싶다”고 했었다. 딸이 그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딸아이가 ‘시인 김상례를 찐 시인으로 만들어 보자’라는 기획안을 들고 왔습니다. 딸이 그런 계획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이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고마웠지요. 계획으로 그칠만한 일이었는데, 딸아이의 지극정성으로 진짜 시집이 됐습니다.”

천안에서 청소노동자 일을 하고 있는 저자는 일하면서 틈틈이 써 보았던 일상의 단상을 가족들이 보고 높이 평가해주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말한다. 늘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시인소리를 듣는 다는 것이 좋았고, 그런 가족을 두었다는 것이 행복했다. 30여년 간 모아놓은 글을 이러 저리 예쁘게 편집해 한권의 시가 되기까지 딸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아니면 만들어 질 수 없었다.

“우리가 변하는 동안 고향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추억 속에서나 머물러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저만 있는 게 아닐 듯합니다. 자녀들을 키우며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온 많은 어머니들이 누구나 가슴에 품은 고향이 하나쯤은 있겠지요.”

뜨락에 서서 마을 앞

큰 길을 내다봅니다.

봄이면

삐죽삐죽 올라오는

새순을 단 나뭇가지 사잇길로

여름이면

온통 푸르른, 그러나

뜨겁게 내리쬐는 석양 속을

가을이면

코스모스 길게 늘어진

파아란 하늘 아래 그 길을 따라

겨울이면

폭폭 눈 속에 숨겨진

그 황톳길을 걸어서

머리엔 광주리를 이고

걸음을 재촉하는

저 멀리 희미한

엄마의 모습을 기다립니다. 

-김상례 작 ‘마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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