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 박해선 ‘사라지는 시’ 展

Isopink, 2019, Oil on canvas, 91x116cm(왼쪽), 2020, Oil on Canvas, 60.6x60.6cm
Isopink, 2019, Oil on canvas, 91x116cm(왼쪽), 2020, Oil on Canvas, 60.6x60.6cm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2020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의 일곱 번째 전시 박해선 작가의 ‘사라지는 시’가 오는 26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박해선 작가는 시선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소한 사물의 미확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지속해왔다. 작가는 눈 여겨 보지 않으면 곧 사라질 대상들이 남긴 흔적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바라보며, 완전함과 불완전함을 가르는 의미보다 존재 그 자체를 탐구한다. 예민한 시각으로 사물의 흔적을 바라보고 규정되지 못한 대상에 관해 성찰할 것을 제안하는 자리다.

“어두운 밤길을 헤매었던 적이 있다. 실제로는 대낮의 하얀 빛 아래였지만 홀로 목적지가 없는 바닥으로 외롭게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년 시절의 이야기이다. 운동장 한편에 앉아 저 멀리서 뛰어놀고 있는 동급생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이내 머쓱해져서 모래 위에 끄적끄적 손을 움직이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꾸욱 다물고 신발 위에 묶여진 리본 모양을 들여다본다. ‘울면 지는 거야, 나는 괜찮아’라고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이제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작가는 다른 친구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것들을 자주 발견한다. 내색하지 않고 슬며시 무리에서 빠져나와 시간을 두고 그것들의 모양, 색들을 살펴보곤 한다. 여전히 이러한 작은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캔버스, 깨진 달걀 껍질, 모서리가 부서진 플라스틱 폼, 찢어진 조각, 붙들고 있으나 비어있는 끈의 안쪽, 서로 기대어 세워진 두 개의 돌, 흙 위에 흩어진 이파리, 나뭇가지 파편, 바람에 흩날리는 이름 모를 풀, 빛의 흔적’ 같은 것들이다. 누군가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거나 곧 사라질 것들, 남겨진 흔적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내내 머릿속에 담아두고 한 번씩 그 잔상을 열어본다. 넓은 바닥 한쪽에 떨어진 희미한 조각이다. 흩어진 이파리이다. 흩날려 사라질 빛의 파편과도 같은 그 어떤 것이다.

박해선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개인전 ‘불완전한 궤도, 예술공간 서:로, 서울’(2019) ‘Inside Out, Palais de Seoul, 서울’(2017)을 비롯해 ‘겸재정선 내일의 작가 공모 수상자 展, 겸재정선미술관, 서울’(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은 우민아트센터의 부대시설인 카페 우민 공간을 활용해 유망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공간 지원을 넘어, 유망한 신진작가들의 다양한 창작 매개를 위한 실험과 소통의 장이다. 올해 박서연, 유재희, 임현정, 김유나, 임윤묵, 이미솔, 박해선 총 7명의 작가가 함께 했다. 문의전화 ☏043-222-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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