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같이 사는 집사람에게서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밴댕이 소갈딱지 같다.”는 말이다. 나는 집에서는 밴댕이지만 대학에서 세상을 넓게 볼 것을 주장하는 전략적 사고를 교양과목으로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집사람 측면에서 보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다.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해라’고 하는 사람이 선생이고 훈장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에게 바람풍하라고 할 때마다 나를 돌아보곤 한다. 마르틴 루터는 맥주를 아주 좋아한 맥주광이지만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십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나를 따라 해선 안 됩니다."

무소유를 이야기하면서 ‘풀소유’ 논란에 휩싸여 있는 혜민 스님의 남산뷰 자택과 뉴욕의 아파트 소유 의혹은 혜민 스님으로 마음에 힐링을 하던 사람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1만4천000원 주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혜민 스님의 책을 산 사람들은 그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은 지난 11월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금연법을 채택했다. 금연법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내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의 일환으로 금연 캠페인을 제도화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뉴스에 김정은 위원장이 한 손에 담배를 들고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이 논쟁거리가 되자 1가구 1주택을 솔선수범한다면서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들이 아파트를 매각하고, 다가구 아파트 소유를 이유로 해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강남 2주택 소유자를 법무차관에 임명해 놓고, ‘곧 팔 것’이란다. 최근 지역 자치단체장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점심을 함께하여 격리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역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장하면서 본인은 준수하지 않은 결과이다. 지역 기업인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말과 행동이 다른 것에 대하여 비교적 관대하다. 교육의 불평등을 주장하면서 자기 자녀는 외고 보내고, 종교인이 도박하고 룸살롱 가고, 시민 운동하면서 권력에 붙어 있어도 그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말과 행동이 다르더라도 사과 한마디로 없던 것이 되고, 내로남불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하여도 그러느니 넘어간다.

이제 바담풍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바담풍은 선생과 제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과 같은 계층적 권위를 바탕으로 한 권력 시대의 산물이다. 권력에 의하여 모순되는 것을 정당화하고 침묵으로 받아들이는 관행과 행태가 계속된다면 도덕과 윤리가 없는 사회가 되고 지식이 사기의 수단이 된다. 바담풍의 전통 사회에서 말은 사람의 생각을 위장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모든 말과 글이 사라지지 않는 정보사회에서 사람의 행동은 그의 말이 평가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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