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각종의 전자기기의 발달로 손글씨가 사라지는 요즘입니다. 사실상 알게 모르게 누구나 전자기기기를 이용한 폰트로 글을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글을 쓰면서 살다가 갑자기 법무법인 명의로 폰트의 사용에 따른 저작권 침해를 경고받는 내용증명을 받게 됩니다. 말미에는 꼭 폰트의 사용에 따른 저작권 침해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무서운 문구와 함께 슬며시 원만히 합의하게 금전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지요. 이러한 공갈에 준하는 내용증명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 폰트가 갖는 저작권법상의 위치에 대해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겠습니다.

폰트의 정의는 “일반적으로 글자의 모양을 의마하며, 학술적 개념으로 기록이나 표시, 인쇄 등의 문자 세트로 사용하기 위하여 통일적인 콘셉트에 기해서 작성된 문자 또는 기호 등의 한 벌의 디자인을 의미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한글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다수의 글씨체가 바로 폰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 폰트 자체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판례는 “우리 저작권법은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이나 보호의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인쇄용 서체도안과 같이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창작된 응용미술 작품으로서의 서체도안은 거기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판결 참조)라고 하여, 별도로 특별한 사정에 의해서 예술품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능적인 서체 자체 즉 폰트는 저작물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폰트자체는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는 저작권의 침해는 성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사용이든 폰트의 사용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폰트 ‘파일’의 사용은 프로그램 저작물이라는 측면에서 저작권침해를 구성할 여지가 있습니다. 즉 판례는 “서체파일 제작용 프로그램인 폰토그라퍼(fontographer)에서 윤곽선 추출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추출된 윤곽선은 본래의 서체 원도와는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다시 마우스를 사용하여 윤곽선을 수정하여야 하고, 또한 폰토그라퍼에서 하나의 글자를 제작하기 위한 서체 제작용 창의 좌표는 가로축 1천, 세로축 1천의 좌표로 세분되어 있어, 동일한 모양의 글자라 하더라도 윤곽선의 각 제어점들의 구체적 좌표값이 위와 같은 수정 부분에 있어서도 일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지므로, 서체파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글자의 윤곽선을 수정하거나 제작하기 위한 제어점들의 좌표값과 그 지시·명령어를 선택하는 것에는 서체파일 제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산물인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윤곽선의 수정 내지 제작작업을 한 부분의 서체파일은 프로그램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라고 하여, 폰트 ‘파일’은 프로그램 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폰트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폰트가 담긴 파일은 무단으로 불법 복제할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겠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