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된 언어로 사유·탐색 담아내다
밀착된 언어로 사유·탐색 담아내다
  • 김정애 기자
  • 승인 2020.11.26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문석 시인 ‘천마를 찾아서’·임승유 시인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출간
장문석 시인의  ‘천마를 찾아서’(왼쪽), 임승유 시인의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표지.
장문석 시인의 ‘천마를 찾아서’(왼쪽), 임승유 시인의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표지.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장문석 시인의 ‘천마를 찾아서’(실천문학/1만원)와 임승유시인의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민음사/9천원)가 출간됐다.

장문석 시인은 1990년 ‘한민족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번이 다섯번째 시집이다. 궁극의 세계를 향한 사유와 탐색을 시로써 구현해 온 그가 이번에는 ‘천마’라는 상징을 통해 진리를 염원하는 동시에 ‘우순풍조(雨順風調)’의 말을 짓는 시인으로서의 삶을 지향한다.

장문석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마방’의 삶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고 고백한다. 차마고도를 오가며 교역하는 마방에게 ‘말(馬)’이 곧 분신인 것처럼, 작가 역시 ‘말(語)’을 이끌고 가는 사람이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언제 어디서든 말과 혼연일체되는 삶을 살 때 궁극의 정점에 닿을 수 있으며, 그래야 비로소 하늘의 말 ‘천마’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시집은 바로 그 ‘천마’를 찾아가는 아름답고도 고된 여정을 담고 있다. 시인의 표현에 의하면 “아름다움과 고단함, 고단함과 아름다움, 그것이 합일되는 지점”을 향한 끝없는 탐색이다.

  

간장독을 여니 바닥이다

간신히 한 종발 뜬다

드르륵, 긁히는 소리

솔아 붙은 소금의 결정이다

맛을 보니 짠맛, 깊다

 

오늘이 어머니 제삿날이다

 

- 장문석 詩 ‘씨간장’ 전문 -

 

‘천마’는 시인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 대상이다. 세 번째 시집 ‘꽃 찾으러 간다’에서부터 일관되게 추구해온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절대가치에 대한 표상이 ‘꽃 찾으러 간다’에서는 ‘꽃’으로, 이번 시집 ‘천마를 찾아서’는 ‘천마’로 바뀌면서 점층적으로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장문석 시인은 “그냥 내게로 오는 삶을 담담하게 언어로 형상화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주제는 어디로 흘러갈지, 어떤 빛깔을 띨지 알 수 없지만 일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승유 시인은 첫 시집 ‘아이를 낳았지 나갖고는 부족할까봐’ 이후 김준성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연달아 거머쥔 시인이다. 201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한 후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번째 시집 ‘그 밖의 어떤 것’에 이어 세 번째인 이번 시집에는 ‘휴일’ 외 7편의 현대문학상 수상작이 수록됐다.

임승유 시인은 일상에 밀착된 언어들을 활용해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이해할 수는 없는 낯선 상황들을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한 가지 기준만을 가진 이 세계의 정형성을 두고 “맘에 안 들어”(‘대식씨’)라고 대번에 내뱉어버리고야 마는 화자의 돌출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따라가야 할 하나의 길을 잃어버린 화자에게 세계는 묻는다. “그럴 거면 뭐 하러 여기 있는 거야”(‘생활 윤리’).

여러 갈래의 삶이 쉽사리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시인은 그럼에도 여기 있기 위해서 시를 쓴다고 답한다. 임승유시인의 시들은 여기 있기 위해, 스물아홉 개의 의자만 있는 곳에 서른번째 의자를 갖고 오고야 마는 의지로 씌어진 성실한 답변이다.

준비된 의자는 ‘스물아홉 개’뿐이지만, 화자는 ‘의자를 갖고 오는 사람’이 되기를 기꺼이 자처한다. 단일한 세계에 속하기를 강요하는 질문들 앞에서 스물아홉 개의 준비된 의자에 어떻게든 앉으려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의자를 하나 더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여기’에 남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시인은 ‘여기에 없는 사람처럼’ 존재하며 차별과 배제로 이뤄진 세계에서 계속 존재하기 위해 글을 쓴다.

 

중학교를 지나갔다. 모르는 중학교다.

이는 중학교 앞으로 개울이 흘렀다.

밤에도 흘렀다. 뒤로는 산이 있었다.

시커멓고 커다랗게 있다가 내려오면

화단이 있었다.

화단 옆에 가사실이 있었다.

낮에는 미트볼을 해 먹었고

밤에는 해 먹은 적 없다.

중학교를 지나갔다.  

 

-임승유 詩 ‘중학교’ 전문-

 

임 시인은 “무언가 더 들어설 자리가 없는 내부에 갇혀 있는 시선이 아니라 떨고 있는 어떤 삶을 바깥에서 함께 떨면서 보는 일, 바로 이것이 타인의 삶과 만나는 일”이라며 “시를 쓰는 일과 함께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그렇게 반복과 함께 이루어지는 말하기는 우리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