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실업계인 특성화고등학교의 위기가 갈수록 절박하다. 인문계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에 특성화고의 입학정원 미달과 취업률 저조 등의 문제가 이어지면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21학년도 특성화고 특별전형 원서접수 결과 도내 22개 특성화고 중 7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일부 학교만이 경쟁률이 높았을 뿐 나머지 학교는 정원을 겨우 채우거나 미달했다.

보은정보고는 지원자가 단 2명밖에 없었고, 영동산업과학고와 제천디지털전자고는 각 21명과 57명이 미달했다. 증평공업고도 48명 모집에 27명이 미달했으며, 청주IT과학고는 70명 모집에 33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들 학교는 오는 27일부터 일반전형을 통해 내년도 신입생 정원을 모두 충원할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특성화고들은 특별전형 비율을 높여왔다. 특별전형은 일반전형에 비해 내신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일반전형이 있기 전 학생들의 지원을 유도해 정원미달을 면하려는 수단으로, 일부 학교는 신입생 정원의 95% 이상을 특별전형으로 뽑을 정도다.

충북도 내 고교의 내년도 신입생 정원은 1만2천787명이다. 반면에 중학교 졸업예정자는 1만2천917명으로 고교 입학자원에 여유가 없는 상태다. 대입을 우선시하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고려하면 특성화고의 미달은 불가피한 구조다.

특성화고의 인기하락은 ‘불안정한 취업’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청년층의 구직난이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특성화고의 취업률까지 급감하면서 지원을 기피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 자료에 의하면 실업계고의 취업률은 2017년 53.6%에서 2018년 44.9%, 2019년 34.8%로 떨어졌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취업률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성화고의 운영 취지는 소질과 적성에 맞춘 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기초교육 등을 통해 학벌보다 능력 위주의 사회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에 취업이 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인 위치가 안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학벌 중심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요원한 얘기다.

특성화고들이 학과를 개편하고, 학교명을 변경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교육청과 지자체만의 힘으로도 부족하다. 정부 차원에서 실업계고 출신들에 대한 일자리 확산에 나서야 한다. 특성화고 교육과정을 내실화해 학생들의 역량을 대학 졸업자에 버금가도록 키워주고, 지역인재 추천 전형 등으로 공무원·기관·공기업 임용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