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서 이승택 ‘거꾸로, 비미술’展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전을 25일부터 2021년 3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이승택(1932~)은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설치, 조각, 회화, 사진, 대지미술, 행위미술을 넘나들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은 독자적 예술세계로 한국 현대미술의 전환을 이끈 이승택의 60여 년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망하고자 마련한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명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은 모든 사물과 관념을 뒤집어 생각하고 미술이라고 정의된 고정관념에 도전해온 그의 예술세계를 함축한다. 이러한 그의 예술관은 “나는 세상을 거꾸로 보았다. 거꾸로 생각했다. 거꾸로 살았다”고 하는 작가의 언명과 기성 조각의 문법에 도전한 그의 ‘비조각’ 개념에서 잘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비미술, 물질-비물질, 주체-대상의 경계를 끊임없이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이승택 작품의 다시 읽기를 시도한다. 특히 1960년대 주요 작품들을 재 제작해 비조각을 향한 작가의 초기 작업을 되짚어보고 작가의 예술세계 전반에 내포된 무속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무속은 이승택이 서구 근대 조각 개념을 탈피해 비조각의 세계, 작가가 ‘거꾸로’라고 명명한 이질성의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었다. 또한 이승택이 초기 작업부터 선보인 사진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들, 특히 사진과 회화가 결합된 일명 ‘사진-회화(Photo Picture, 포토픽처)’를 통해 작가만의 거꾸로 미학을 새롭게 조명한다.

일찍이 이승택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생각으로 민속품, 고드렛돌, 석탑, 오지, 성황당, 항아리, 기와 등과 같은 전통적 모티브를 비조각의 근원으로 삼았다. 미디어랩에서는 작가의 1986년 개인전 ‘이승택 비조각전’(후화랑)을 원작을 중심으로 재연하여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이어져 온 무속의 세계가 이승택의 작품세계 전반에 가지는 의미를 새롭게 살핀다.

복도 공간에서는 ‘모래 위에 파도 그림’(1987), ‘예술가의 별장’(1987-88)과 같이 사진과 회화가 결합된 작가만의 독특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산이나 바다에서 퍼포먼스를 촬영한 후 프린트된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린 일명 사진-회화는 작가가 구상한 미완의 프로젝트를 실현시켜 준 가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과 회화, 사실과 허구를 병치시킨 이승택의 사진은 허구를 통해 진실을 되묻는 작가만의 ‘거꾸로 미학’을 함축한다.

야외 공간에서는 이승택의 대규모 설치 작품 4점이 재연된다. 전시마당에는 ‘기와 입은 대지’(1988/2020)와 ‘바람소리’(1970년대말/2020)가, 미술관마당과 종친부마당에는 1970년 홍익대학교 빌딩 사이에 100여 미터 길이의 푸른색 천을 매달아 바람에 휘날리게 한 기념비적 작품 ‘바람’을 포함한 1970~80년대 ‘바람’ 연작 2점이 재연된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전은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12월 31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의 설명으로 전시를 소개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출간 예정인 전시 도록에는 김이순, 윤진섭, 이영철, 이인범, 조수진, 최봉림 등의 작가론을 비롯해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서펜타인갤러리 관장의 인터뷰 등이 수록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은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이승택의 대규모 회고전”이라며 “지난 60여 년 동안 미술을 둘러싼 고정관념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이승택의 여정을 되짚어보고 미술사적 위상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문의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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